J 에드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잡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해 2011년 개봉한 영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창설한 전설적 인물 존 에드가 후버 국장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 에드가 국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디카프리오가 표현했다.
에드가는 1924년 29세의 나이로 FBI 국장에 취임한 뒤 1972년 사망할 때까지 무려 48년간 비밀스럽게 절대적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강했던 건 아니었다. 그가 속한 FBI는 초기에 초라한 권력만을 쥐고 있을 뿐이었다. 전국적인 수사권도 없었고 심지어 총기를 소지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강력한 ‘적’을 활용했다. 1930년대 갱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소련스파이, 공산주의자 등이 그의 적이자 조력자 노릇을 했다.
에드가는 강한 적을 소탕하려면 FBI가 강해져야 한다고 역설해 의회를 사로잡았다. 그는 특히 과학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FBI 내에 ‘과학수사연구소’를 세운 것도 그였다. 그런 에드가가 준비한 회심의 과학수사기법은 다름 아닌 ‘지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조차 범죄수사에 지문을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현장에 널린 범인의 흔적을 추적하는 데 반드시 전 국민의 지문을 보관해야 한다고 의회를 설득했고 마침내 이를 관철시켰다. 이 영화가 실화에 바탕을 두었으니 에드가가 미국에 처음으로 지문수사기법을 도입한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손가락 끝에 달린 지문은 사람마다 달라 신분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 동일한 지문을 가진 사람이 나타날 확률은 870억분의 1이라고 한다. 아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지문은 손끝 표피 아래 피하층에 형성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거나 상처를 입어도 결코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요새는 출입문에 지문인식기를 달아놓은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나온 뉴스를 보면 지문을 정교하게 위조한 손가락을 남에게 맡겨두고 야근을 한 것처럼 속였다고 하니 지문인식기술이 아무리 철저한들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은 어쩌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지문이 환영을 받는 또 다른 분야는 스마트폰이다. ‘밀어서 잠금 해제’를 하거나 패턴을 그리는 방식 외에 바탕화면을 여는 방법으로 지문인식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지문인식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나와 있긴 하지만 특히 올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이 기술을 도입한다고 하니 관심이 간다. 마침 오늘 저 멀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다양한 지문인식 스마트폰이 공개될 예정이다. 누구의 기술력이 좋은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