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드론’에 승부수를 띄웠다. ‘스냅드래곤’을 내장한 휴대폰을 이용해 조작할 수 있는 드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 것이다.
미국 드론 전문 업체 3D로보틱스가 퀄컴 등으로부터 5000만달러(약 55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일 포브스 및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단일 투자 규모로는 미국 민간 드론 업체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당초 회사가 예상했던 투자금액보다도 1000만달러 많다. 지금까지 받았던 투자금과 합치면 총 8500만달러 이상을 받은 셈이다.
지난 2009년 설립된 3D로보틱스는 사진을 찍거나 길을 찾는 용도의 상업용 드론이나 부품, 액세서리 등을 만든다.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면 고객이 직접 나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등 개방형 하드웨어 제조사를 표방한다. 창립 5년 만에 연수익은 500만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고객은 3만여명에 달한다. 올해 매출액은 5000억달러로 예상된다.
3D로보틱스와 퀄컴은 향후 드론 사업에 머리를 맞댄다. 3D로보틱스는 이번 투자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제품군을 확장할 예정이다. 특히 차후 선보일 상업용 드론에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적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회사는 퀄컴의 제품을 사용한 적이 없다.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공동 창업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 속도가 드론을 포함한 다른 이웃 시장으로 옮겨오고 있다”며 “퀄컴과 협업으로 컴퓨팅 등의 제반 영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멀티기가헤르츠 리눅스 기반 컴퓨팅 플랫폼 등에서 최첨단 카메라나 센서, 무선 통신 등과 결합해 더 똑똑하고 사용하기 쉬우며 안전성까지 강화한 차세대 드론을 만들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퀄컴이 스냅드래곤을 앞세워 기존 모바일 시장에서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본격 확장하는 모양새다. 퀄컴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선도 업체다. 스냅드래곤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스마트폰 대부분에 탑재된다. 하지만 최근 삼성, 미디어텍 등 후발업체들의 약진과 최신 제품 ‘스냅드래곤810’의 발열 문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논란을 겪었다.
퀄컴은 이미 지난해 자사 연례행사 ‘퀄컴 업링크 2014’에서 로보틱스(robotics) 분야를 유망 사업으로 제시하고 자사 스냅드래곤 플랫폼을 적용한 로봇을 시연하기도 했다. 무선통신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카메라를 통해 물체를 인식하고 특정한 휴지통에 버리는 등 스마트폰에 탑재되던 기능을 담았다.
두 업체는 실제 인근 지역에 위치한 이웃이기도 하다. 3D로보틱스는 캘리포니아 버글리에 있지만 퀄컴이 있는 샌디에이고에 엔지니어링 시설이 위치해 있다. 3D로보틱스의 생산 공장이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 지역과도 매우 가깝다. 두 업체는 드론 개발 협업을 위한 리눅스재단의 ‘드론코드 프로젝트(Dronecode Project)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미국 방위 시장 분석 업체 틸(Teal)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무인항공기 시장 규모는 76억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해 오는 2023년 11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연구 조사 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상업용 민간 드론 시장은 연평균 35%이상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