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이 결정됐다. 고리원전 1호기 이후 두 번째 원전 계속운전으로 현 원전 기반의 국가 에너지 정책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7일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이로써 2010년부터 5년간을 끌어온 원전 계속운전 논란은 당분간 원전 중심의 정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운영 주체인 한수원은 계속운전 요청 이후 5600억원을 들여 노후관을 모두 교체하는 등 계속운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 왔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와 스트레스테스트에서도 안정성에 합격점을 받았다. 그동안 두 차례나 결정이 미뤄졌지만, 논란이 있었던 만큼 지역주민 및 사회단체들의 반대와 국민 수용성 차원에서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월성원전 1호기는 원안위가 계속운전을 허가해도 행정적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결정은 고리원전 1호기 이후 2번째 원전 계속운전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정부와 원전 산업계 내에서는 앞으로의 원전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기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뤄줬던 국가 에너지 믹스와 전력산업기본계획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행정상 문제는 없지만 반대 여론도 상당했던 만큼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은 남게 됐다. 올해 초 공개한 스트레스테스트 검증보고서에서도 원자력안전기술원측 검증단은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지만, 민간검증단은 32개의 개선사항을 언급하며 부적합 판단을 내려 막판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전 폐로를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주장도 지금처럼 힘을 받지는 못할 전망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현재 추진하는 원전해체센터 작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설계수명 만료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방향이 정해지면서 폐로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실증사업을 위한 원전을 당장은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계속운전이 결정됐지만, 불과 2년 뒤인 2017년에 고리원전 1호기의 두 번째 계속운전 심사가 예고돼 있어 관련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아직 고리원전 1호기 계속운전 심사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규정상 올해 상반기까지 이를 신청해야 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원전 1호기가 설비용량은 작지만 국가 전력수급과 피크대응 예비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며 “계속운전이 결정 난 만큼 계속 늘어나는 전력사용량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 운전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스]월성원전 1호기는
월성원전 1호기는 1975년 착공을 시작해 1983년 상업운전을 들어간 설비로, 고리원전 1호기와 함께 국내 1세대 원전으로 분류되고 있다. 설비용량은 67만㎾ 수준으로 일반 석탄화력발전소 1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80년대와 90년대 국가 전력수급을 책임지는 코어 발전소로서 역할을 하며 4차례 원전 이용률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우수한 운영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유일한 중수로형 원전으로 원료는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고 주기기는 캐나다 원자로 공사와 두산중공업, GE가 공급했다.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 작업은 2009년 한수원이 계속운전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 다음해에 서류적합성 심사 완료와 함께 본격적인 심사 착수에 들어갔고 2011년 1차 현장점검이 진행됐다. 2012년에 IAEA의 계속운전 안정성 검토가 있었고 같은 해 2·3차 현장점검이 진행됐다. 지난해 4차 현장점검 이후 심사보고서 완성됐고 이를 일반에 공개해 지금 수순까지 왔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의 설비를 개선하며 노후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자로 압력과 교체가 가장 대표적인 설비개선 사례이며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비상 대응을 위해 무전원 수소 제거기와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 등을 추가 구축했다. 수소 제거기는 발전소가 전원을 상실할 때 원자로 건물 내 수소폭발을 방지할 수 있고, 여과배기설비는 자연재해로 인한 중대사고로 노심 용융시 과압에 의한 격납건물 위협을 방지할 수 있다.
국내 원전은 이제야 계속운전을 논하는 단계에 있지만 세계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계속운전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71기, 캐나다는 4기, 영국은 6기의 원전이 계속 운전 중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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