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기술장벽 대응을 위해 신설한 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대응국이 원칙 없는 인사로 빛이 바랬다. 상급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공무원 승진 인사 창구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부 소속기관 국표원 기술규제대응국장이 잇따라 수개월 만에 교체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규제대응국은 2013년 12월 옛 기술표준원이 국가기술표준원으로 명칭을 바꿀 때 신설된 조직이다. 해외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시험·인증·규제 등 무역기술장벽을 높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산업부는 국표원 내 다른 2개국을 1개국으로 통합하면서 기술규제대응국을 신설, 수출기업 애로 해소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조직은 신설됐지만 정작 이를 책임질 국장 인사는 지난 1년간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조직 신설 이후 반 년 넘게 전담 국장 없이 다른 국장이 겸임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지난해 7월에서야 첫 전담 국장이 배치됐지만 4개월여 만에 외부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해 12월 두 번째 국장 발령이 났지만 석 달을 채우지 못하고 최근 외부 교육파견을 나갔다. 조직 신설 후 1년여간 첫 6개월은 전담 국장 없이, 나머지 6개월은 두 명의 국장이 수개월 만에 교체되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배치됐던 국장 두 명 모두 산업부 고참 과장이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하면서 기술규제대응국장을 맡은 후 외부로 나갔다. 이를 두고 국표원 기술규제대응국이 산업부 인사 적체 해소 수단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국장급 인사 경로가 부족한 탓에 이 같은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인사 규정상 기술규제대응국장은 임기나 임용 방식 등이 정해진 공모형·개방형·전문직위와 달리 전보 제한이 없는 자율(일반) 직위다. 전체적으로 자율 직위 비중이 20%가량에 불과하다 보니 현 체제에서는 인사 폭 자체가 좁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유독 특정 조직에 원칙 없는 인사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기술규제 같은 비관세장벽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해외 국가와 무역기술장벽(TBT) 협상·이행도 기술규제대응국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담당 국장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요구된다. 애초 취지대로 수출 기업 애로를 해소하고 대내외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인사로 먼저 조직부터 안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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