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돼 짐싸는 `스마트금융 인재`…핀테크 산업 활성화 요원

#최근 A은행과 공동 사업을 추진했던 IT기업 CEO는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협약 공식 발표만 남겨둔 시점에서 사업을 다시 재검토하자는 답변을 은행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업을 추진해왔던 스마트금융 전담인력이 인사발령 났으니 처음부터 사업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스마트금융 이해 부족과 영업위주 금융권 수시인사 관행으로 핀테크를 포함한 스마트금융 사업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IT와 금융 융합에 필요한 전문성은 고사하고 실적 위주의 행원 평가체계를 스마트금융 부문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전문인력 부재와 업무연속성이 사실상 가로막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과 카드사 등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스마트금융 전담인력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업무 공백이 커지고 있다. 핀테크와 비대면 채널 기반 사업 확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를 진두지휘할 전문 인력 부재로 유관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금융부를 마케팅이나 기획부서로 편입해 한 임원이 단위부서로 관리하면서 매출을 발생시키는 타 부서 대비 평가 절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금융 관련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관련 본부장을 두 차례나 바꿨다. 모바일통장 등 신규 비즈니스 사업에 큰 성과를 낸 해당 부장도 수시인사 관행에 따라 전혀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국민은행도 부행장은 물론이고 본부장까지 교체 했고 신한은행도 1년 단위로 스마트금융 본부장을 바꿨다.

카드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트금융 부문 경쟁력을 보유한 비씨카드는 관련 인력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일부 인력은 이 같은 인사 조치에 반발해 회사를 떠났다.

인사권은 최고경영자가 쥐고 있지만 스마트금융 부문의 사업 성격상 연속성 있는 전문인력 확보와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마트금융 비즈니스는 지점과 같이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정량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경영진이 스마트금융 사업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스마트금융을 이해할 만하면 인사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권과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수많은 핀테크 기업도 이 같은 금융사 인사관행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임원과 부장급 인사가 나버리면 수개월 협의한 내용을 또다시 설명하고 해당 부서장의 이해도에 따라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금융 전담인력을 별도 운영하거나 외부 IT인력을 채용해 독립부서로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