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말 속에는 10년이란 세월이 길게 느껴지든 짧게 느껴지든 한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강과 산도 세월의 섭리엔 순응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학문도 마찬가지다. 최근 법학 분야에서 변화 속도와 폭을 가장 많이 느끼는 쪽이 지식재산에 관한 법제도다.
지식재산에 관한 사회적 의미 인식은 1980년 후반 시작됐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 대학에서 지식재산에 관한 강의는 거의 없었다. 2000년 초반에 이르러서야 강의가 시작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몇 년 동안은 우리 사회에 저작권 쓰나미가 한 차례 왔었다. 최근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 전 세계적으로 분쟁소송을 진행하는 등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그런 이유인지 대학에서도 지식재산과 관련된 교과목 강의가 늘었다. 대학원에서도 지식재산을 전공하려는 사람이 늘었고 지식재산과 관련된 각종 자격증 제도도 많아졌다. 기업이나 법률회사에서도 지식재산과 관련된 전담부서도 생겨났다. 이처럼 국가 전체적으로 지식재산 환경 전반에 걸쳐 생태계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태계 변화의 주체는 산업계 또는 기업, 정부, 대학이라고 본다. 산업계 또는 기업은 현장에서 지식재산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정부는 앞에서 이끌고 방향 또는 환경조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대학은 뒤에서 학문적으로 지원하거나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근래 10여년 동안 지식재산과 관련된 대학의 역할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대학원 과정에서 지식재산을 전공하는 학생과 법무대학원을 비롯한 학과가 전국적으로 신설됐으며, 최근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지식재산을 특성화한 곳이 많이 생겼다.
또 특허청 지원으로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지식재산 선도대학이라는 제도와 지식재산을 융합적으로 가르치는 석사과정도 운영 중이다. 양적으로 보면 일시적으로 지식재산 교육기관이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또 지식재산 수요에 대한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은 대학에서의 지식재산 교육이 일시적 유행처럼 지나가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와 국가의 적극적인 시책으로 인한 교육 유인책이 되기는 하지만 대학 사회의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이 분야 교육이 포기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동안 법과대는 지식재산 관련법을 가르치는 곳이었지만 법과대학이 사라지고 법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되면 지식재산에 관한 교육이 축소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의 경험에 비춰봐도 법과대학 시절에는 수강생이 강의실을 채웠지만 법학전문대학원엔 변호사 시험 때문에 지식재산권법을 비롯한 비기본 과목의 수강생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조그만 변화가 앞으로 지식재산 관련 대학교육 변화의 신호가 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끝날 과도기적 현상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유쾌한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대학의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무는 단지 인력을 양성한다는 측면뿐 아니라 그 사회에 필요한 수요에 학문적 뒷받침을 한다는 점에서, 어떤 점에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역사적 의미가 있다. 비록 짧은 시간에 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지식재산 교육기관이 이제는 그야말로 실무와 일체가 돼 서로의 아쉬운 부분을 보충해주고, 지식재산 교육이 질적으로도 융성해지기를 기대한다.
계승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doktorkye@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