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동의의결 적용 1년...시장에 긍정적 효과

동의의결제를 처음으로 적용한지 1년이 지났다. 2012년 4월 시행돼 2년 동안 잠을 자던 동의의결제는 지난해 3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불공정 행위에 처음 적용됐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SAP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MS)·노키아의 동의의결을 연이어 승인했다.

동의의결제는 무난하게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 만족할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사후관리와 복잡한 업무 절차, 끊임없이 제기되는 ‘면죄부 논란’은 앞으로 공정위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동의의결 적용 1년 동안의 성과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시장에 긍정적 효과…ICT 기업 신청 이어져

동의의결제는 불공정 행위를 지적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 구제, 원상회복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지난해 동의의결 개시가 승인된 3건의 특징은 모두 ICT 기업과 관련됐다는 점이다. 동의의결은 길고 어려운 법정 싸움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급속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ICT 기업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첫 신호탄은 네이버와 다음이었다. 두 기업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포털에서 경쟁사를 배제하고 자사 검색결과를 우선 노출하거나 검색결과와 광고를 분리하지 않는 등의 행위로 지적을 받았다.

공정위는 2013년 5월 직권조사에 나섰고 네이버와 다음은 같은해 11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공정위는 작년 3월 동의의결 개시를 최종 확정했다. 두 기업은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명칭에 회사명을 표기하는 등 불공정 행위로 지적된 사항을 시정하고 소비자·중소기업을 위한 자체 상생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의의결이 확정된 초기 네이버가 시정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사후관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가 1년 동안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당초 목표치는 초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됐다.

두 번째 동의의결의 주인공은 SAP코리아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전사자원관리(ERP) 점유율을 보유한 SAP는 고객사 계약 부분해지를 허용하지 않는 정책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SAP는 2013년 11월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작년 10월 동의의결 이행안을 최종 확정했다.

SAP의 시정 역시 네이버·다음과 비슷한 형태로 이뤄졌다. 문제로 지적되던 사항을 시정하고, 자체 상생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SAP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고객사 계약 부분 해지 금지 정책을 없애고, 협력사 계약서에서 임의 해지 조항을 삭제했다. 이와 함께 공익법인 설립과 기금 출연, 사용자 등 후생 제고와 상생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SAP 시정안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SAP가 앞서 발표한 ‘SAP 디자인싱킹 혁신센터’ 설립 계획이 시정안과 중복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SAP 디자인싱킹 혁신센터는 공정위 동의의결과 목적·성격·재원 등에서 다르다”며 “동의의결과 관계없이 별개로 진행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세 번째 동의의결은 기업결합건에서 성사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MS와 노키아의 기업결합과 관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MS의 노키아 휴대폰 단말기 사업 인수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 검토했다. 스마트폰 필수 특허를 다수 보유한 MS가 합병 후 직접 단말기를 생산하면 경쟁사를 대상으로 특허료를 과도하게 올리는 등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MS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특허 라이선스 부여 시 프랜드(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항 준수, 판매금지청구소송 금지, 향후 7년 동안 현행 특허료 수준 초과금지 등의 자진 시정 방안을 내놨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결정했으며 향후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사후관리 쉽지 않아…‘면죄부’ 논란도 없애야

작년 동의의결제가 본격 적용되면서 해당 기업과 관련 시장, 소비자가 모두 대체로 만족할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 힘겨운 법정 다툼을 피했고, 관련 시장의 경쟁제한 요소는 비교적 빠르게 해소됐다. 이에 따른 긍정적 영향을 소비자도 직·간접적으로 받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동의의결제 적용·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잡음은 시급한 해결과제로 지적된다. 첫 번째 해결과제는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다. 기업이 내놓은 시정안은 특성상 대체로 사업 계획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이행 여부를 제대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 시정안에 애매한 문구를 담아 의무를 어물쩍 넘기려는 기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공정위의 철저한 점검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이 동의의결 이행안을 제대로 추진하는지 여부는 사안별로 소수의 공정위 실무자가 확인하고 있다. 사후관리는 보통 3년 동안 지속돼야 하지만 담당자는 내부 인사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고 이들은 수많은 사건 처리와 행정 업무 등을 병행해야 해 효과적 관리가 어렵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이 제시한 시정안은 ‘소비자를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내놓은 계획인 만큼 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일이 이행 여부를 점검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정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제재가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실관계의 현저한 변경, 신청인 제공 정보의 부정확성, 신청인의 동의의결 불이행시’ 동의의결 취소가 가능하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상당한 기한 내에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으면’ 1일당 2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할 수 있다. 하지만 불이행 여부와 정당한 이유, 상당한 기한 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엄격한 제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면죄부 논란’을 없애는 것도 공정위 숙제다. 동의의결은 신속하게 경쟁질서 저해 요소를 없앤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기업이 악용할 수 있다는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공정위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동의의결은 불공정 기업의 ‘탈출구’가 되고 공정위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동의의결 절차를 간소화해 행정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의의결을 최종 이행하기 위해서는 개시여부 판단, 의견수렴, 관계부처 통보와 검찰총장과 협의, 최종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길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