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개념과 비전, 요구사항, 로드맵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올해 MWC에서 5G의 구체적인 모습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각 장비 업체와 통신사는 5G 시대 유망 기술을 활용해 600Mbps~7Gbps까지 다양한 통신 속도를 관람객 앞에서 시연했다.
5G 시장을 선점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롱텀에벌루션(LTE) 기술을 선점해 세계 통신 시장 영향력 확보와 관련 산업 활성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5G 기술 선점은 이보다 훨씬 큰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이번 MWC 참가 업체들은 5G에 한걸음 다가선 기술을 선보이며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국내 기업, 7.5Gbps 속도 시연
통신업계는 5G 기술을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한다. 현재 사용하는 4세대(4G) 롱텀 에벌루션(LTE)을 개선한 LTE 어드밴스트와 전혀 새로운 5G 기술 등이다. LTE와 5G는 모두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방식(OFDM)’을 쓴다. 근간 기술이 같다는 점에서 LTE 어드밴스트는 5G로 가는 여정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LTE 어드밴스트만으로는 5G가 요구하는 속도와 용량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OFDM과는 다른, LTE와 별개의 5G 기술(포스트 OFDM)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는 MWC 전시장에서 28㎓ 대역 800㎒ 폭을 사용해 7.5Gbps 속도를 시연했다. 1GB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1초밖에 안 걸리는 속도다. 일반적으로 5G는 1Gbps 이상 속도로 정의된다. 현재의 LTE(3㎓ 이하)가 사용하기 어려운 고주파에서 800㎒에 이르는 고대역폭을 사용했기에 가능했다. LTE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된 속도, 고주파 대역과 용량, 끊김 없는 연결성(커넥티비티) 등 차세대 5G 기술의 면모를 과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G는 4G와 비교했을 때 속도뿐만 아니라 연결성, 사용 주파수와 용량 등이 대폭 달라진다”며 “스루풋을 올리려면 대역폭을 대폭 확대해야 하고 결국 현재 LTE가 쓰는 3㎓ 이하 저주파 대역이 아닌 6㎓ 이상 고주파 대역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턴시(지연시간) 감소도 5G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5G 통신 기술은 LTE의 50밀리세컨드(0.05초)보다 지연시간이 50배 감소한 1밀리세컨드(0.001초)를 요구한다. 수많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신호를 주고받고 끊김 없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LTE 진화 기술 선보여
알카텔루슨트, 에릭슨, 노키아, 국내 통신사들은 독자 또는 협력을 거쳐 LTE 어드밴스트 기술을 공개했다. 지난해 MWC에서는 3밴드 주파수집성(CA)을 구현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3밴드뿐만 아니라 9밴드까지 더 많은 주파수 대역을 활용했고 시분할 LTE(LTE-TDD)와 주파수분할 LTE(LTE-FDD) CA 등 CA 종류도 다양해졌다. LTE-H(LTE와 와이파이 대역 CA), LTE-U(비면허 대역 활용), LTE-M(LTE 기반 IoT 기술) 등 진보된 LTE 기술도 공개됐다.
다운로드뿐만 아니라 업로드 속도도 높여주는 업링크 CA, 4개 안테나를 사용해 데이터 속도를 향상시키는 4×4 미모, 기지국 부하를 줄여주는 스마트 CA 등 5G로 진화하기 위한 기술도 관람객의 흥미를 돋웠다.
LTE 어드밴스트 자체만으로도 1Gbps 이상의 속도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통신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계는 LTE 어드밴스트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포스트 OFDM 기술은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전략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참여 업체들의 중론이다. 이번 MWC는 이 같은 업체별 전략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SK텔레콤 종합기술원 관계자는 “5G 시대에는 초고속과 초저지연으로 원격 수술 위험성이 대폭 감소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이번 MWC는 이 두 가지의 핵심 요소가 실제로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5G 시대가 한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