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한다. 사실 이 변신의 핵심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SW)다. F22 최신 전투기를 보면 SW 비중이 1960년에 7%에서 2000년에는 무려 78%(가격 기준)로 증가했다. SW혁명으로 전 산업에서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고려대학교 무인자율 및 적응형 소프트웨어 센터(Center for Autonomous and Adaptive Software, 이하 ‘CAAS`)는 차세대정보컴퓨팅사업의 일환으로 미래부와 연구재단으로부터 5년간 50억원을 지원 받아 ‘집단 지성을 이용한 컴포넌트 기반 동적 자가 적응형 SW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SW 원천기술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아주대 국내 4개 대학 6여명의 교수진이 참여한 CAAS 연구단은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미래 인터넷 환경에서 SW공학기술을 연구한다. 구체적으로 △IoT 환경에서 자가적응형 SW개발 방법론 및 적응화 기술 △안드로이드 기반 자가적응 플랫폼 △집단지성을 이용한 자가진단 기술, 자가적응형 지능형교통시스템(ITS)기술 등 차세대 IoT 환경하의 자가적응형 SW분야의 기초원천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전문가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인호 CASS센터장은 “에코시스템이란 자연환경과 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생존해 나가는 자연계의 질서를 말한다”며 “사물인터넷 역시 IT 환경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생존해 나가야 하는 IT계의 질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스마트홈·교통·재난·의료 에코시스템 등 다양한 에코시스템끼리 필요에 따라서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메가에코시스템(mega-ecosystem)’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면 집에서 불이 나면 스마트홈 에코시스템의 센서가 이를 미리 발견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재난 및 의료 에코시스템과 연결해 소방차를 부르며 교통에코시스템과 연결해 최단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신호등을 제어한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시스템 스스로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CASS센터는 문제 상황에 대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SW 스스로 문제를 발견, 관리, 적응할 수 있는 SW기술을 연구한다.
CAAS 연구단은 지난 2년간 자가적응형 SW와 관련된 다양한 기초원천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또 자가적응형 SW개발을 위한 참조모델, 자가적응형 ITS 알고리즘, 안드로이드 플랫폼 기반 자가 적응 미들웨어 등 산출물 역시 다양하게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ACM, IEEE 등 유명 국제학술대회와 SCI급 저널을 포함해 60여편의 논문을 발표, 게재해 연구개발의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타나 18편의 국내외 등록 특허를 포함해 2건의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인호 고려대 무인자율 및 적응형 SW센터장(교수)
-자가적응형 SW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는 IoT 세상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사물들끼리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상황에 대응해 사물들이 스스로 발전하고 적응하는 기술은 IoT 환경의 핵심이다.
-SW 기술 연구의 어려운 점은.
▲국가 연구 관리 기관에서는 당장 2~3년 내에 상용화할 것을 요구하며 특허나 기술이전으로 실적을 평가한다. 10년 후에 쓰일 기술을 2~3년 내 어떻게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가. 누가 살 것인가. 또 SW기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워 그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센터에서는 연구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응용 애플리케이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W분야 발전을 위한 바람이 있다면.
▲2020년이 되면 모든 산업 분야가 크게는 SW산업이 된다. 예를 들면 자동차도 더 이상 기계 장치 산업이 아니라 무인자율로 가는 소프트웨어로 움직이는 가전제품이다. SW는 우리의 미래다. SW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 자율성과 창의력이 필수적이고 연구자를 믿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있으면 좋겠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