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팹리스 상위 15개 기업 절반이 정체·불황 겪었다

국내 팹리스 시장 매출 15위 안에 속하는 상위 기업 중 절반이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전년 대비 실적을 개선했지만 영업이익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큰 변화 없이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새로운 기술과 사업으로 재도약 기반 마련이 숙제다.

LG 자회사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매출 3907억원, 영업이익 35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9% 줄고 영업이익은 4.3% 늘어 전반적으로 정체한 모습을 보였다.

픽셀플러스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17% 줄어든 1239억원, 영업이익은 53% 줄어든 217억원에 그쳤다. 중국에서 이미지센서 공급 경쟁이 심해진 영향이 크다. 피델릭스는 매출 781억원, 영업이익 17억원으로 각각 10.7%, 75.8% 줄었다.

이 외에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실리콘화일, 실리콘마이터스, 어보브반도체, 동운아나텍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든 성적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오랜 사업 부진에서 갓 탈출한 기업은 올해 완연한 실적 회복을 노린다. 지난해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한 기업은 올해 흑자 전환과 매출 성장을 동시에 꾀한다. 특히 중국 등 해외사업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만드는 게 숙제다.

넥스트칩은 지난해 매출 358억원, 영업손실 26억원을 기록해 적자 폭을 줄였다. 매출은 전년대비 2.2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7.42% 늘었다. 기존 CCTV 시스템을 활용해 풀HD 영상을 전송하는 AHD 기술 제품이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네오피델리티는 매출 631억원, 영업손실 45억원을 기록해 적자폭을 47.9% 줄였다. TV와 모니터 등에 공급하는 스피커 사업이 개선되면서 매출이 57.7% 뛰었다.

티엘아이는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기업인 자회사 윈팩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매출이 15% 늘어난 1333억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TV용 타이밍컨트롤러를 공급하는 티엘아이는 고화질 대형TV 수요가 꾸준해 올해 사업 전망도 안정적이다.

텔레칩스는 매출이 1.7% 성장한 752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동차용 칩 공급 증가가 주효했다.

자동차용 반도체에 주력하는 아이에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28억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30.9% 늘어난 611억원이다. 수년간 개발한 제품이 실제로 양산 차량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팹리스 업계 불황 속에서도 큰 폭으로 성장한 회사도 있어 눈에 띈다.

TV용 타이밍컨트롤러(T-CON)를 공급하는 아나패스는 하이엔드 TV용 제품 공급이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7.1%, 87.7% 증가한 1340억원, 2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매출이 56.7% 증가한 684억원, 영업이익은 154.5% 늘어난 106억원을 달성했다.

팹리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지능형자동차 등 새로운 시장이 커졌고 기존 사업의 한계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회사가 많다”며 “사업구조 변경, 인수합병 등으로 국내 팹리스 업계 지형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