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기업들이 해외 진출과 자유로운 인수합병(M&A)을 위해 회계시스템 교체에 나섰다.
닛케이신문은 일본 덴산, JX 홀딩스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국제회계기준(IFRS)을 채택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지난해 말 IFRS를 도입한 주요 기업은 25개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크게 늘어 지난달 기준 85개가 됐다.
일본 덴산과 JX 홀딩스는 이르면 내년 회계연도부터 회계 기준을 IFRS로 전환한다. 이 밖에도 히타치, 도시바, 혼다 등도 상장된 자회사와 함께 회계방식 전환 검토에 나섰다. IFRS를 도입하는 일본 상장기업은 시가총액 기준 전체의 약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처럼 일본 대기업들이 앞다퉈 IFRS로 회계방식 전환에 나선 이유는 해외 사업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일본 회계기준을 사용하는 경우 IFRS 계상 방식과 차이가 있어 M&A시 인수기업의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등 불리한 점이 발생한다.
기업들은 향후 해외 사업을 대비해 IFRS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적이 좋아져 여유 자금이 늘어난 상황에 해외 M&A나 사업 확대 등을 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회계기준은 일본 자체기준, 미국 기준, IFRS 세 가지 방식이 혼용되고 있다. 상장기업의 90%는 일본 기준을 적용하며 소니와 도요타 등 일부는 미국 기준을 사용한다.
일본에 해외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다른 이유다. 해외 투자자의 일본 주식보유 비율은 지난 2013년 전체의 30%를 넘어 증가 추세다. 주로 해외 투자자들은 투자 판단 비교를 위해 IFRS 도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IFRS를 도입한 기업의 해외 투자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IFRS 전환은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 자회사와 일본 본사의 표준을 각각 달리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 해외 매출 비중이 38.8%로 늘어난 가운데 회계 방식 전환을 위한 불필요한 비용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카무라 토요아케 히타치 부사장은 “회계 기준이 혼재된 문제를 해결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