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의 주제는 ‘혁신의 최전선(The Edge of Innovation)’이다. 지난 2013년 이후 하드웨어 사양 고도화로 스마트폰 제조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졌고, 지난해에는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 기술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는 기기와 산업 간 경계를 허문 초연결 시대의 도래를 본격적으로 예고했다.
향후 정보기술(IT) 산업 트렌드는 연결을 기반으로 한 사물통신(IoT)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물간 연결을 도와주는 사물 보안 기술(SoT·Security of Things)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생체인식 기술의 발전은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주변 기기가 연결될수록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생체인식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문인식으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고, 많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지문인식 기능을 채택하고 있다.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바이오 인식 업체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얼굴·홍채·정맥·음성 등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도 머지않아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온라인 생체인증 컨소시엄(FIDO:Fast IDentity Online)은 저마다 다르던 생체인증 기술 규격을 처음으로 표준화해 국제표준 ‘FIDO 1.0’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 이미 핀테크(Fintech) 관련 기술을 포함해 많은 국내기업들이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의 독자적인 힘만으로 세계 최고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사업을 통해 활발한 연구개발(R&D) 및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국내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 속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선점할 수 있다. 핸드세트 제조사들은 수익성만 따지지 말고 실험적인 모델 개발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기존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만큼 시장 확대의 기회도 클 것이다. 생체인식 산업은 초기 진입장벽이 다소 높더라도 단단한 생태계가 조성된 이후에는 틀림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보건·의료·미용 등 연관 산업으로의 확장성도 다분하다.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스마트폰 바이오 인식 시장이 오는 2019년 3억962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AMI(Acuity Market Intelligence)는 모바일 생체인식 시장이 2020년까지 333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에는 모든 스마트 모바일 기기에 생체인식 모듈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부정인식이나 해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생체인식 기술의 대중화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요즘 대한민국 IT산업이 위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박지성이 은퇴하고 손흥민이 등장하듯 강한 팀에선 늘 라이징 스타가 탄생하게 마련이다. IoT시대의 필수기술인 생체인식 산업은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발전 가능성도 커서 대한민국의 라이징 스타가 될 조건이 충분하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간다면 생체인식 산업이 제2의 IT 한류시대를 여는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chares@crucialt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