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은 지난해 유료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주문형비디오(VoD) 가격을 최고 50%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유료방송업계는 성장기에 들어선 VoD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지상파는 최근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기존 인상안을 고수했다. 그리고 “(협상 결렬 시) 콘텐츠 제공자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VoD 블랙아웃(공급중단)까지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는 유료방송 업계에 보낸 공문에서 제작비용 증가에 따라 VoD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지상파의 제작비용 규모는 세 배가량 늘어났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지상파 방송 시청률과 광고수익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유료방송은 지상파가 당장의 경영난을 피하기 위해 유료방송을 압박하고 있다며 울상이다. 자구책을 마련하기보다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VoD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적자 폭을 줄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럽게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가 불법 파일 공유 사이트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지난해 유료방송 VoD 시장 규모는 6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 평균 30%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세다. 월 정액 VoD 시장 규모는 올해 3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벌어들이는 VoD 매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날로그 케이블과 위성방송을 합해 1000만명에 가까운 단방향 상품 가입자가 서서히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지 않은지 되묻고 싶다.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통행식 인상은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처사가 될 수 있다. 당장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실 수 없는 노릇이다. VoD 시장이 ‘롱런’할 수 있도록 긴 호흡의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통신방송부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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