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 후쿠시마가 재해 발생 4년 만에 ‘헬스케어’ 특구로 거듭나고 있다.
5일 닛케이산업신문에 따르면 일본 수술로봇 제작업체인 사이버다인은 후쿠시마현에 다목적 생산기지를 건설, 내년 3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이 업체는 여기서 로봇 슈트 ‘할’(HAL)을 양산한다. 또 심전도와 동맥경화 측정용 장비도 개발한다. 총 투자액은 약 12억엔이다.
올림푸스와 미국 의료기기 업체 벡톤 디킨슨, 존슨앤존슨을 비롯해 150여개 중소 의료기기·부품 업체도 후쿠시마를 찾았다.
소화기 내시경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올림푸스는 후쿠시마현을 신규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 업체는 후쿠시마에 100억엔을 투자, 공장을 신설중이다. 로봇팔을 장착, 기존 내시경으로는 접근할 수없는 부위를 절제 가능한 새로운 영역의 내시경 개발도 후쿠시마에서 진행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협력 부품업체 선정 때도 지역 기업을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소 헬스케어 기업의 후쿠시마내 설비 신·증설도 활발해졌다. 수술 기기 등을 제조하는 니찌온은 차세대 내시경용 수술 집게를 후쿠시마에서 생산키로 했다.
현내 남동북종합병원은 악성 말기·재발암에 효과적인 ‘붕소 중성자 포착 요법’(BNCT) 전용 차세대 방사선 치료 시설을 구축, 내년부터 임상 시험을 실시한다.
교토대 등과 공동 개발한 이 시설은 암 치료 뿐 아니라, 가속기 산업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만한 기술이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대지진 발생 4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현의 전체 제조액은 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하고있다. 하지만 헬스케어 등 의료기기 분야만큼은 꾸준한 성장세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후쿠시마내 의료기기 생산액은 1245억엔. 지진 직전년 대비 37%를 넘는 수준이다. 전국 순위에서도 도쿄도를 제치고 시즈오카 등에 이어 전국 3위다.
후쿠시마현 정부는 의료기기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의료기기 개발 및 안전성 평가 센터’를 건립중이다. 총 공사비는 87억엔. 연면적 약 1만1500㎡의 대형 공장 수준의 규모 다.
여기에는 혈관 조영술 시스템을 갖춘 수술실과 전파 암실, 의료기기 소음 측정용 무향실, 돼지 150두 사육이 가능한 무균실 등이 마련된다.
일본의료기기산업연합회는 후쿠시마가 갖는 국내외적 상징성을 감안, 이곳을 세계 최대의 헬스케어 집적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