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 유독 관심 있는 사극의 시대가 있다면 단연 ‘조선’이다. 비교적 역사기록이 많이 남았고 나라의 흥망성쇠가 우리 현실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임진왜란이다. 조선을 얘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큰 사건이다.
또한 임진왜란은 후손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이순신을 비롯해 권율, 곽재우 등 영웅을 탄생시켰다. ‘징비록’은 이순신과 함께 임진왜란을 겪었던 류성룡이 지은 뼈아픈 기록서다.
임진왜란 시작부터 끝까지 기록하며 사건의 인과관계와 임진왜란의 참혹함을 묘사했다. 류성룡은 이순신과 함께 임진왜란을 이끈 인물로써, 누구보다 임진왜란을 가까이서 지켜봤으며 조선왕조의 무능함과 백성들의 아픔을 고통속에서 바라본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류성룡의 ‘징비록’은 임진왜란과 이순신에 대해 기록한 책 중에서 가장 살아있는 도서다.
‘지난 일의 환난이 없도록 조심하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전쟁의 아픔과 참혹함을 눈물로 쓴 도서 ‘징비록’. 하지만 ‘징비록’은 불행히도 당대에 출간되지 않고 오히려 숙종 당시 일본에서 간행됐다. 소설 ‘징비록’에서 류성룡은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다른 곳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은 여전히 명의 허울에 사로잡혀 있었다. 결국 자강하지 못한 나라의 결과는 오늘날까지도 부끄러운 역사로 남아있다.
역사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다. 부끄러운 역사일수록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곱씹고 통찰하는 자세,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류성룡이 남기는 메시지가 아닐까싶다.
박경남 지음. 북향 펴냄. 84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