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도 결코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피를 흘리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다. 수술이 잘 돼 생명에 지장이 없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피습 사건은 주한 외국 공관장에 대한 허술한 경호와 안이한 생각의 결과물이다. 경찰 초동 대처는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만, 막지 못한 것이 아쉽다. 행사장인 세종문화회관 주변에 30여명의 경찰관이 배치됐지만 이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흉기 소지 여부를 파악하는 출입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대사가 세계 어느 곳에서나 테러 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안일했다.

파장이 심상치 않다. CNN 등 세계 미디어가 이 사건을 주요 기사로 알리면서 세계인 이목을 집중시킨 국제적 이슈가 됐다. 오랜 한미 동맹 관계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우리나라에 악재다. 국가 이미지 실추를 걱정할 상황이다. 코리아를 바라보는 외국 정부는 물론이고 외국인 시선까지 싸늘하다. 미국 야후를 비롯한 해외 웹사이트에 허술한 경호를 비판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피습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재발 방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한국이라는 나라의 안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주한 외교관 신변보호 체계를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각 나라 경호 시스템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외국 공관에 대한 경비 수준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상당수 외국 공관이 별도 건물이 아닌 일반 사무실 건물에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주한 외교관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호 요청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결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며,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국내 불만세력에 의한 테러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극단적 테러세력인 IS(이슬람국가)에 자발적으로 가담한 세계인 가운데 한국인도 끼어 있다. 정부는 자생적 불만세력이 왜 생겨나며 커지는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