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가 LTE, LTE-A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75·85 등 고가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요금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OECD 발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계통신비는 월평균 148.39달러로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고, 이동통신 요금은 115.5달러로 전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비싼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적인 반발을 무릅쓰고 단통법까지 실시했다. 그 효과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요금이 낮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국내 방송과 인터넷 요금은 세계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유료방송은 월 평균 10.75달러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꼴찌에 해당한다. 가계통신비의 심각한 불균형 상태다. 유료방송은 콘텐츠 산업발전과 공생하는 관계로 유료방송의 수익기반이 흔들리면 국내 콘텐츠 산업의 발전은 요원해진다.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인 콘텐츠 산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의 저가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와중에 최근 모바일 결합상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KISDI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 결합상품은 연평균 84.2%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결합상품은 당초 결합상품 도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합상품은 방송과 인터넷 등 유선사업자의 설비투자 중복요소를 줄이고, 이렇게 절약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할인을 통해 되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모바일은 유선과 원가구조 등이 판이하다. 더구나, 이동통신과 유선상품은 평균 약정기간이 2년과 3년으로 다르며, 이용자도 개인 단위와 가구 단위로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결합상품을 방치한 것은 모바일 결합상품이 이동통신 요금 인하에 기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바일 결합상품은 정부 예상과는 달리 이동통신 요금을 낮추지는 못하고 오히려 방송과 인터넷 요금만 낮추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모바일 결합상품인 SK텔레콤 ‘온가족 무료’와 KT ‘모두 다 올레’ 이용약관에는 모바일 결합으로 발생한 총 할인액을 인터넷 등 유선상품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이는 모바일 결합을 하면 인터넷을 공짜로 주는 것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결국 인터넷 공짜 등 마케팅은 이를 바탕으로 가능해진다. 인터넷이 무료가 되면 여기에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묶어서 판매하는 IPTV도 같이 팔 수 있다. 결국 모바일 결합을 통해 인터넷과 방송 모두를 끼워서 파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더욱이 전국에 퍼져 있는 엄청난 수의 이통사 대리점은 인터넷 무료와 더불어 방송 반값 등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과 방송이 무료 혹은 상당히 저가에 쓸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과 방송 상품은 자체 시장으로 존립할 수 없어 관련 생태계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동등할인제도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케이블 TV는 방송과 인터넷 요금을 동등한 할인율을 적용해 할인하게 하고 있지만 통신사의 결합상품은 그렇지 않다. 통신사의 모바일 결합상품 약관에는 앞서 설명했듯이 인터넷 등에서 일괄 할인할 수 있도록 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인터넷 등 유선상품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게 한다.
동등할인제도는 모바일, 인터넷, 방송 등 개별 상품을 각각 동등한 비율로 할인하는 제도다. 이는 모바일에서도 요금이 할인되기 때문에 고가의 이동통신 요금을 낮출 수 있으며, 방송과 인터넷 요금을 저가로 덤핑하는 왜곡된 거래를 방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민의 가계통신비 인하는 물론이고 창조경제의 핵심인 양질의 콘텐츠 제작 기반이 되는 방송요금의 정상화를 조금이나마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동등할인제도의 도입으로 불균형 상태인 무선이동통신과 유선상품 요금의 균형을 잡아 가계통신비 인하와 건전한 산업 생태계 복원을 동시에 이루기를 바라는 바다.
유정석 현대HCN 대표 jsyoo@hc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