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학뉴스]화성에 대서양보다 더 큰 바다 있었다

지구에서 바다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같은 존재다. 처음으로 생명이 탄생했고 이후엔 식량의 보고가 됐다. 지구 표면에서 바다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0%다.

<자료 : 유럽남방천문대(ESO)>
<자료 : 유럽남방천문대(ESO)>

붉은 사막으로 뒤덮여 있어 일명 ‘붉은 행성’이라 불리는 화성도 초기에는 대서양보다 더 넓은 바다를 갖고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북극해에 있는 물보다 더 많은 양이다. 대서양은 지구 전체 표면 중 5분의 1정도를 차지한다.

유럽남방천문대(ESO)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6년간 화성의 대기와 대기 변화에 따라 화성 표면에 있는 물의 양이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해 이같은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무려 87% 물이 우주로 날아가 지금의 화성이 됐다는 내용이다.

화성에 두 가지 형태의 물이 있다는 점에서 연구는 시작된다. 하나는 우리가 보통 ‘물’이라고 부르는 ‘H2O’로, 산소 원자 한 개와 수소 원자 두 개가 붙어있는 형태다. 다른 하나는 ‘HDO’다. 수소 원자 한 개가 자연적으로 ‘중수소’로 바뀌어 만들어졌다.

HDO는 중수소 하나를 포함해 물보다 무겁다. HDO 질량값은 19, 보통 물은 18이다. 몸이 무거우니 증발도 덜한다. 즉, HDO와 일반 물 비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면 이를 거꾸로 계산해 초기 얼마만큼의 물이 있었는지 계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칠레에 있는 ESO 초거대망원경(Very Large Telescope)과 NASA 적외선 망원경 등으로 화성의 기후와 표면을 지구 시간으로 6년, 화성 시간으론 3년동안 관찰했다. 이 데이터와 두 가지 물의 화학적 특성을 연결지어 화성에 HDO가 얼마나 있고, 얼마나 늘어나는지 봤다. 계절적인 변화나 소기후(microclimates)에 따라 이를지도 형태로 그려 비교했다.

특히 화성의 극관(Polar cap, 지구의 남극과 북극 같은 지역) 인근을 집중 관찰했다. 극관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 화성에 있는 대부분 물이 이 지역에 있다. 남극 지역은 극관 부분 얼음 두께가 3km에 달하는 걸로 추정된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대부분이 이미 HDO였다. 지구 바닷물과 HDO 농도를 비교해 봤다. 화성 대기 중에는 지구 바닷물보다 7배, 극관의 빙하에는 8배 짙은 농도의 HDO가 있었다. 극지방 인근에서 HDO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첫 지질 시기인 ‘노아키안(Noachian) 세’가 시작되기 전, 화성은 140m정도 깊이의 바다로 전체가 뒤덮여 있었다는 얘기라고 연구진은 계산했다. 노아키안 세는 지금보다 40억~37억년 전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물이 증발하면서 화성 북반구의 절반 이상이 바다 형태로 변했고, 어떤 지역은 깊이가 1.6km에 달했던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까지 증발한 물의 양은 초기 87% 정도다.

논문의 대표 저자인 게르니모 빌라누에바 NASA 소속 과학자는 “얼마만큼의 물이 우주로 증발했는지를 알아내 예전 화성에 있었던 물의 양을 측정해내는 연구였다”며 “이번 연구로 화성의 역사에 대해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