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취임 2년을 맞는다.
박근혜정부 실무·현장형 장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산업 정책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과제로 지적됐다.
윤 장관은 윤병세(외교부), 황교안(법무부), 이동필(농림축산식품부), 윤성규(환경부) 장관과 함께 박근혜정부 1기 내각에 합류해 자리를 지킨 이른바 ‘장수 장관 5인방’이다. 역대 산업부 장관 중에서는 2003년 12월부터 2006년 2월까지 2년 2개월가량 재임했던 이희범 전 장관(옛 산업자원부) 이후 최장수다.
윤 장관은 2년 전 옛 지식경제부 1차관에서 장관으로 발탁될 때만 해도 예상 밖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유임이 당연시 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통상 쪽에서 거둔 성과가 돋보였다. 현 정부 초기 산업부가 외교부 통상 업무를 이관받은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많았지만 최대 교역국 중국을 비롯해 캐나다·베트남 등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위기관리 능력도 탁월했다. 윤 장관은 취임 첫해 불거진 원전 불량부품 사태와 밀양 송전탑 설치 논란부터 지난해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불렸던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을 수습했다. 한수원 해킹 때 발 빠른 대응을 두고 산업부 모 간부는 “생각하는 틀이 다르다. 나도 고위공무원이지만 사고 발생 초기에 곧바로 윤 장관처럼 대응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실무 역량과 현장 대응 능력은 평가지표상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발표된 2014년 정부업무평가에서 산업부는 전 부처 가운데 2위, 경제부처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아쉬운 대목은 산업 정책 분야다. 윤 장관은 취임 후 시간 날 때마다 산업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실행에 옮길 시간은 부족했다. 통상과 에너지 이슈에 매달리는 기간이 늘면서 산업부 장관으로서 정작 산업을 챙기는 부분은 미흡했다. 국내 제조업 재도약을 위해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 ‘제조업 혁신 3.0’ 등을 띄웠지만 진척이 더디다.
윤 장관도 이를 인식한 듯 올해 들어 산업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산업부 안팎에서는 굵직한 양자 FTA가 마무리되고 에너지 분야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지금이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펼치기에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본부 직원만 800명이 넘는 부처 수장으로서는 역설적으로 ‘비정상적인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 장관은 웬만한 업무는 담당 과장보다 이해도가 높은 전형적인 실무형 간부다. 직원과 소통도 모두 업무에 중점을 두고 이뤄진다. 외부에 파견나간 직원과 오랜만에 식사하는 자리에서조차 애로 사항을 묻고 격려하기보다는 업무를 논한다. 산업부 직원 표현을 빌리자면 ‘밥 먹는 내내 일 얘기만 하는 스타일’이다. 세종 청사 이전 후 혼란기를 겪는 직원들과 ‘선배’로서 스킨십도 필요해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