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산업 제품이 등장해 산업 현장의 필수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산업 제품은 작업 환경이 거칠거나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또 규모가 커질수록 각종 재난 사고의 위험성 또한 높아진다. 세월호 참사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엄청난 규모의 인명 피해, 재산 손실,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것이 재난 사고다.
과거 이러한 산업 제품을 연구 개발할 때 초점은 성능 개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품 성능 뿐 아니라 안전 성능에도 동등 수준 이상의 기술 혁신을 요구한다. 따라서 재난 사고에 대한 예방과 안전 문제를 다루는 이러한 분야를 산업화함으로써 육성해 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재난 사고는 운이 나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부실한 사고 제어 관리 때문에 발생한다.
재난 사고는 첨단 과학 기술과 적절한 법률 규정을 연계해 활용하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사고가 발생해도 그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고 위험도를 낮추고 안전성을 높이려면 어떤 식으로든 돈이 필요하다. 재난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산업 제품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안전 산업에도 산업화에 걸맞은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안전장치는 제품의 몸통에 붙박이 형태로 탑재된다. 산업 현장에 따라 별도의 안전장치나 사고 대응 설비를 구축해 이용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이든 안전성을 보다 높이려면 고도의 첨단 과학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는 재난 사고의 각기 다른 유형뿐 아니라 발생 빈도까지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시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제품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설비, 원전 설비, 항공기 등 각종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에서 여전히 기본 설계 기술을 자립화하지 못한 상태다. 심지어 초고층 빌딩의 기본 설계조차 자체 능력으로 못하는 실정이다.
세계 1위 조선 해양플랜트 강국이라는 겉모습과는 달리 우리나라 주요 조선사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제품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안전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안전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은 제품 기본 설계 과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할 안전 대책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제품의 기본 설계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해외의 안전 설계 엔지니어링 업체에 외주를 줄 수밖에 없고, 제품 제작 과정에서 일부 수정 사항이 발생하면 자체 해결 능력이 없다 보니 다시 외주 설계 업체에 매달리는 악순환에 빠진다. 외주를 준 갑과 용역을 받은 을의 입장이 뒤바뀌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제작은 지연되고, 제작 비용까지 늘어나며 적자를 입게 된다.
각종 재난 사고는 발생 특성상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이론적인 방법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정확한 답을 얻기 어렵다. 반드시 실증적 시험 과정이 필요하다. 실증 시험 또한 소규모 축척 모형으로는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없다. 대규모의 실물 크기의 실증 시험이 필수다. 관련 산업에서 세계 각국이 대규모 실증 시험 인프라를 구축해 운영하는 이유다.
앞으로 모든 산업 제품에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 대책과 이를 적용한 설계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재난 사고에 대응한 산업 안전기술 연구개발과 관련 분야의 육성 및 산업화는 미래 신성장 동력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백점기 부산대 교수(런던대 석학교수, jeompaik@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