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인 ‘아이빌디어’는 곰돌이나 크리스마스트리 등 다양한 모양의 쿠키커터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직접 만든 새로운 문양 쿠키커터를 의뢰해 와도 그대로 제작해줄 수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맞춤형 쿠키커터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3D 프린터는 우리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프린터로 인쇄하듯이 신발이나 휴대폰 케이스, 장난감 같은 상품 설계도를 내려 받아 3차원의 입체적인 물건을 인쇄하는 기계다. 예전엔 이 같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단단한 덩어리로 된 재료를 자르거나 찍거나 깎아야 했다. 또는 거푸집을 만들어 그 안에 액체 형태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붓고 식혀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완전히 다른 방법이다. 여러 재료를 바닥부터 매우 얇은 층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3차원의 입체적 모양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 기술은 금속 프레스나 절단기, 플라스틱 사출 금형 등을 갖춘 작업장 없이도 설계도면과 똑같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
흔히 3D 프린터라고 하면 근래에 개발된 최신 기술로 알지만, 놀랍게도 이 기계는 나이가 서른 살에 가까운 전통 기술이다. 1981년 일본 나고야 시립연구소 히데오 고마다가 처음 개발하고, 1984년 미국 찰스 헐이 특허 출원을 했다. 그리고 1988년 미국 3D시스템즈라는 회사가 상용화에 성공해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이후 주로 산업용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고가 소량 부품을 제조할 때 사용하던 3D 프린터는 최근 들어 저가형 모델이 보급되면서 대중화되고 있다. 초창기 3D 프린터 가격은 약 20만달러에 달했으나 지금은 저가형 모델의 경우 약 1000달러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3D 프린팅을 제조혁신 핵심으로 여기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기존 산업 제조공정을 고도화해 제조업 혁신을 유도할 것으로 예측되는 새로운 성장동력 후보기 때문이다. 특히 3D 프린팅의 가장 큰 강점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있다. 이는 나만의 맞춤형 개성을 강조하는 현대인 취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올해 초 개최된 ‘2015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는 ‘스트라티(Strati)’란 전기자동차가 단연 화제가 됐다. 그 이유는 이 차가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3D 프린터로 44시간 만에 제작됐기 때문이다.
보통 3D 프린터를 통해 인쇄할 수 있는 크기는 30㎝이내지만, 자동차 제작용인 ‘BAAM’은 3m 길이의 물체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차체를 제작한 다음 CNC 루팅기를 이용해 표면을 깎고 다듬는 절삭가공 작업을 거쳤다. 이후 약 40여개에 이르는 부품과 기계장치들을 조립해 무게 200㎏ 초경량 차가 만들어진 것.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약 2만개 정도지만 스트라티의 경우 제작 공정을 단순화해 부품 수를 대폭 줄였다. 그럼에도 스트라티는 공식 테스트에서 시속 60~96㎞ 속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라티를 만든 ‘로컬 모터스’라는 회사의 최종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인 3D 프린터 차의 제작이라고 한다. 실제로 올해 말께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자동차를 시중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D 프린터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무엇보다 의료 산업이다. 개개인 체형에 맞는 제품 생산이 가능해져 의료기기, 인공 장기 제조, 나노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프린터처럼 앞으로 집집마다 3D 프린터가 한 대씩 놓일 경우 어떤 새로운 형태의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할지, 기대해 볼 만하다.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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