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가 주문형비디오(VoD) 가격 인상안을 두고 유료방송 사업자와 개별 협상에 돌입했다. 그동안 진행한 공동협상이 파행을 거듭하자 사업자별 개별 논의로 협상 형태를 전환한 것으로 분석됐다. 협상 결과에 따라 지상파 VoD 가격 인상안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양측이 마케팅 비용을 둘러싼 이견을 보이고 있어 또 한 번 갈등을 예고했다.
8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는 IPTV 3사, 케이블TV 콘텐츠 유통 전문업체와 차례로 VoD 가격 인상에 관한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는 지난달 24·26일 공동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상파는 이 자리에서 모든 지상파 VoD 가격을 최고 50% 인상하는 원안에서 한 발 물러나 예능·드라마 등 인기 VoD 콘텐츠 가격만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은 이달 초 지상파 제안보다 가격 인상 범위를 축소한 절충안을 전달했다.
IPTV 관계자는 “지상파가 유료방송이 제안한 절충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지상파 요청에 따라 사업자별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개별 협상에서도 의견 합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제작 비용 증가를 가격 인상의 이유로 내세운 지상파와 소비자의 심리적 가격 저항을 우려한 유료방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지난 수년 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지상파 VoD 가격은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며 “제작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고품질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은 VoD 가격 인상에 따라 수익 손실이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지상파가 일정 마케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료방송은 지상파 VoD 판매 수익 가운데 35%를 배분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를 VoD 플랫폼 운영비용, 프로모션·이벤트 등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다. 가격 인상에 따라 VoD 수요가 이탈하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 추가적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가장 많은 지상파 VoD를 판매하는 유통 채널이지만 지상파의 별도 마케팅 지원 정책은 없다”며 “값이 오른 지상파 VoD를 판매하기 위해 유료방송이 자비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상파 방송사 한 곳은 최근 진행한 개별 협상 테이블에서 유료방송의 VoD 마케팅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향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은 지상파 3사가 모두 명확한 마케팅 비용 지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료방송은 이번 주 지상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대책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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