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매각이 다시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 컨소시엄(이하 원밸류)이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매각 논의를 백지화하고 공개 매각 절차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4일까지 매각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매각 절차를 백지화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원밸류 측은 이날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법원은 결국 원밸류의 인수 의사가 없다고 보고 공개 매각을 결정했다.
원밸류는 지난 1월 말 국내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며 팬택 인수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이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과 임직원 고용 보장 등 인수 후 전략을 소개했다. 설 연휴 직후 계약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밸류는 미국 내 송금 절차를 이유로 인수대금 입금을 미뤘다.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로 5만 달러 이송 송금 시 주거래은행이 연방 국세청에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0억원대 인수 계약을 추진하는 자산운용사가 이 같은 절차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원밸류는 인수 후 운영자금(제품 생산, 공익채권 등)이 3000억~5000억원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원밸류가 인수대금 확보를 못했거나 운영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먹튀 논란’ 등 이목이 집중되자 인수를 포기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팬택은 다시 험난한 길을 걷게 됐다. 법원은 9일 2차 공개매각 계획을 공고한다. 남은 것은 재입찰과 청산뿐이다. 지난달 16일 국내 보안 솔루션 업체 토러스가 구성한 토러스컨소시엄이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입찰에 참여할지 주목됐다.
매각에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팬택에는 큰 부담이다. 현재 팬택은 생산 활동이 대부분 중단됐고 재고 판매 위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수의계약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수 업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파산할 공산이 커진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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