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위기국가에도 먹힌 LG 뚝심 마케팅

LG전자의 글로벌 뚝심 행보가 주목된다. 올해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경제가 악화되고 지난해에는 루블화 가치까지 폭락했다. 이 영향으로 LG의 러시아 시장 주력 사업인 가전부문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LG는 올해 러시아 출시 TV 제품군을 갑절로 늘리고, 대형 오디오 출시도 확대했다.

주요 거래선 초청 신제품 발표회도 빼먹지 않았다. 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업체 가운데 현지 법인 주도로 직접 신제품 출시 행사를 진행한 건 올해 LG가 처음이다. 특히 올레드 TV, 슈퍼울트라HD TV 등 최첨단 제품군을 모두 출동시켰다. 현지시장에 맞는 프리미엄 제품군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LG전자 ‘뚝심’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LG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과거 경험치에서 나온 우직함으로 여긴다. 경쟁사가 슬슬 뒤로 빠지는 타이밍에 취하는 공격적 결정은 지금의 글로벌 LG를 만들었다. 이 전략은 특히 신흥시장에서 인정받는 진가로 발휘됐다.

지금 한국 전자산업은 재도약과 정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 부활하는 일본, 그리고 후발 산업국의 도전으로 경쟁은 한층 치열하다. 남들과 같은 전략으로는 과실을 딸 수 없다. LG는 이미 지난 1998년 러시아 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 당시, 비슷한 결정을 했다. 그 결실로 러시아 경제 활황 때 시장 주도권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그 위상을 이어왔다.

LG는 러시아뿐 아니라 미수교국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현지인과 공감하는 활동을 전개해 뿌리 깊은 현지화 전략을 편다. 민간 외교 역할이 강한 배경이기도 하다. 경쟁기업이 경제·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해당 시장을 외면할 때, 저변을 개척하고 다지는 행보로 미래를 열어왔다.

뚝심의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열매는 매우 달다. 미개척지나 가보지 않는 길에 대해서는 환상과 확인 심리가 있기 마련이다. LG의 러시아 및 신흥국 행보를 글로벌 경쟁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