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두 번째 공개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팬택 매각 주간사인 삼정회계법인과 KDB대우증권은 9일 팬택 홈페이지에 ‘주식회사 팬택 M&A 공고’를 게시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 공개 매각이다. 회생과 청산 두 갈래에 선 팬택의 운명이 이제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하면 법원은 청산 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
공고문에 따르면 매각 방식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외부자본 유치 형태다. 지난주까지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 컨소시엄과 진행했던 수의계약 형태에서 공개 입찰로 전환했다. 빠른 진행도 중요하지만 공개 입찰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원밸류 때와 같은 ‘매각 불발’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인수의향서(LOI)는 4월 17일 오후 3시까지 마감한다. 매각주간사는 제출 서류를 검토해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에 투자설명서, 입찰안내서를 개별 제공한다. 인수의향서 접수 후 사전심사, 심사자료 제공, 입찰서류 접수 및 평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투자계약 체결, 회생계획안 제출·인가 순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공개 매각 절차가 시작됐지만 팬택의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매각 아니면 청산’ 두 갈림길에서 팬택은 다시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현재로서는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팬택이 치러야 할 고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이 두 차례 불발된 데다 경영정상화가 오래 걸릴수록 팬택 인수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삼정회계법인이 책정한 팬택 계속가치는 1114억200만원, 청산가치는 1504억9500만원이다. 이번 공개매각에서는 팬택 인수가가 원밸류가 제시한 1000억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수가와 청산가치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면 채권단을 비롯한 관계인도 인내심을 발휘하기 어렵다.
업계는 지난달 인수의향을 내비친 토러스컨소시엄에 주목하고 있다. 토러스컨소시엄은 인터넷뱅킹 보안 솔루션 업체인 토러스네트웍스가 개인투자자 2명에게 2000억원씩을 투자받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개인투자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점, 과연 토러스가 팬택을 인수할 만한 회사인지 등을 두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내달 17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곳이 없다면 팬택은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팬택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7월 이후엔 공장도 정상 가동을 하지 못했다. 1400여 임직원 중 50% 이상이 휴직 상태다. 매달 운영자금 충당도 버거운 상황이어서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청산이 결정되면 팬택은 자산을 모두 팔아 빚잔치를 하게 된다. 팬택의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으로 삼성과 LG의 독주 체계가 굳어진다. 통신사의 제조사 대상 제품 협상력이 낮아지고 소비자 선택 폭은 줄어든다. 무엇보다 20년 넘게 쌓아온 팬택의 경험과 노하우 기술력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