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 투자자본 유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십년간 지속된 대기업 횡포에 환멸을 느낀 결과다. 그룹 계열 IT서비스 업체들이 자금력이 취약한 SW기업에 자행한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격 후려치기부터 기술 빼앗기까지 수법도 다양하다. 제한된 시장에서 ‘갑’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탓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살아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프로젝트에 대기업 참여 제한을 두는 등 SW기업 살리기 극약 처방에 나섰다. 하지만 SW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공공사업에서 대기업 역할을 대신한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이 갑질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민간사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공공 예외사업에 좋지 않은 관행을 여전히 답습한다.
정부가 창조경제와 함께 2년째 SW산업 육성을 필두로 ‘SW 중심사회’ 달성을 외쳤지만 현실은 이처럼 엇박자가 난다. SW기업들은 활성화 정책 등장에 쌍수 들어 환영했건만 기대가 오래가지 않았다. 실상이 이러니 중소 SW업체는 정부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해외자본을 유치해 부족한 운영자금을 채우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등 탈출구로 삼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로 중국계 자본이 그 대상이다.
문제는 해외 투자 유치를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외 자본 특성상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삼는 사례가 많다. 계약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에 쉽지 않은 일이다.
SW기업들도 해외 자본의 위험성은 알면서도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 뚜렷한 대안이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문제를 근원지에서부터 풀어내야 한다. 수많은 SW기업의 땀과 노력을 가져다 무임승차해온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 말로만 외쳐온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이제 실천할 때다. 정부도 SW산업계에 뿌리박힌 악질적인 갑을 관계를 청산하는 데 적극 개입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