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3일 클라우드 발전법을 통과시켰다. 2013년 10월 미래창조과학부 발의로 시작된 법안이 2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산업계는 발전법 통과를 학수고대했다. 꽉 막힌 통로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숨통이 트이길 바랐다.
발전법은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정보화 사업 예산 편성 시 클라우드 도입을 우선 고려했다. 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빗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정부도 클라우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지난 2012년 국가정보원은 국립대학과 공공기관에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권고안으로 수요를 찾지 못해 시장은 정체됐다. 그동안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았던 거대 장벽이 3년이 지나서야 무너진 셈이다.
업계는 한껏 고조된 분위기다. 너나할 것 없이 전면에 클라우드를 내세운다. 시장을 주도하겠다면서 목소리에 힘을 한껏 싣는다. 증시 기대감도 높아졌다. 수혜주 가리기가 한창이고, 기업들은 자사가 언급되기를 바라고 있다.
장밋빛 전망만 할 수 있을까.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세일즈포스가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다. 이들 컴퓨팅 기업은 모두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IBM은 44조원을 클라우드와 모바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은 한국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이 한국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섰다. 시장이 있는 곳에 과감히 베팅을 하는 모습이다.
클라우드 시장은 기술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로 흐르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컴퓨팅 자원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을 글로벌 IT기업은 실현 중이다.
이제 몫은 국내 기업에 있다. 그토록 바라던 기반이 마련됐다. 열매는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간이다. 국내 컴퓨팅 산업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가릴 것 없이 모두 체력이 약하다. 장밋빛 전망에 취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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