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영국에서 중소 업체들을 대상으로 개인간(P2P) 대출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P2P 대출을 확장해 글로벌 기업간거래(B2B) 유통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다.
알리바바가 영국 P2P 스타트업 ‘아우오카(iwoca)’와 ‘이지밥(ezbob)’ 등 2곳과 협력해 현지 중소업체를 상대로 단기 P2P 대출을 시작한다고 파이낸셜타임즈가 12일 보도했다. P2P 대출은 기존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대출 희망자와 투자자를 이어줘 대출금과 이율 등을 직접 조절해 거래한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필요한 금액을 제시하면 투자자들이 각자 이자율을 내 돈을 모은다. 돈이 다 모여지면 이자율이 낮은 순서대로 빌리는 경매식 구조다.
아우오카는 지난 2012년 설립된 P2P 스타트업이다. 이지밥은 영국 최대 온라인 대부 업체 오렌지머니(Orange Money) 자회사다. 유럽 금융 업체와의 협업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영국 시장에 진출한 뒤 처음이다.
영국 중소기업들이 알리바바닷컴에서 중국 제조기업 제품을 구입하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장 15개월까지 많게는 12만유로를 대출받을 수 있다. 월 이자율은 최저 0.75%다.
영국 중소 업체들은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 협력사들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선불 결제를 요구받아왔다. 선불 결제는 그 자체로 부담인데 공급사들이 요구하는 선불 비율까지 만만치 않아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웨이 두안 알리바바닷컴 이사는 “중소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대출을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어 더 많은 영국 업체들이 알리바바닷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알리바바가 미국 최대 온라인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Lending Club)과 시작한 대출 서비스와 유사하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미국 소매 업체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중국 업체들의 상품을 구매할 때 필요자금을 렌딩클럽에서 대출할 수 있도록 별도의 ‘e-크레딧 라인(e-credit Line)’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국 업체들은 초기 이 시스템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향후 P2P 업체들이 대출 정보 등을 모아 위험 관리 모델 등을 구축하면 이 브라우저를 통하지 않고 알리바바에서 직접 대출 서비스가 제공된다. 직접 대출 서비스가 제공되기까지는 1년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외신들은 알리바바가 P2P 대출 서비스를 확대해 자사 B2B 유통 플랫폼 사업을 키우고 있다고 해석했다. 판매·배송, 자금 대출까지 B2B 기업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단 전략으로 풀이됐다.
알리바바는 현재 40여개국에서 전자 부품에서 화장품까지 다양한 B2B 간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이전까지 알리바바는 중국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BOC) 등 기존 은행사들과 연계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기존 은행들은 대출 절차가 복잡해 한 번 신청하면 돈을 받을 때까지 길게는 일주일 이상 걸린다. 하지만 P2P 대출을 이용하면 최소 몇 분에서 최대 몇 시간 안에 돈을 빌릴 수 있고 이자율도 싸다.
기업에 대출해줄 때도 납세 기록, 해당 중소기업의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고객 반응, 은행 계정 잔액, 과거 대출 기록 등 필요한 자료를 전부 온라인에서 확인하기 때문에 대출이 빠르게 이뤄진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