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스마트그리드와 벤처창업 기회

[에너지포럼]스마트그리드와 벤처창업 기회

번개 칠 때 발생하는 전기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30년 전에 나 온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고장 난 타임머신을 번개로 작동시켜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다. 짧은 순간에 대용량 전력이 방전되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다시 미래로 가서 업그레이드된 타임머신은 현재로 돌아와 쓰레기를 바이오 연료로 쓰며 UFO처럼 하늘로 날아간다. 2020년이면 최대전력 수요가 1억㎾를 넘어서고 20만대의 전기차가 운행된다. 2027년에는 신재생발전원 비율이 20%에 이르게 된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 현재 전력공급방식과 운영체계를 뛰어 넘는 창의적이고 보다 혁신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번개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한 때 쓰게 되면 화석연료 사용도 줄고 지구온난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에디슨은 이미 100년 전에 ‘전력을 생산해 쓰는 것이 오랑우탄수준이라면 저장했다가 자유롭게 이동하며 쓸 수 있는 단계는 유인원’이라고 했다. 지난해 변전소에 전력저장장치(ESS)를 설치해 심야에 충전했다가 피크 때 쓰는 상용화 기술을 시운전 중이다. 2018년까지 총 500㎿를 설치해 안정적인 주파수 조정과 전력망 운전에 기여하게 된다.

휴대폰 요금을 실시간으로 조회하듯 사무실이나 방별로 전기 사용량을 알 수는 없을까?

지난해 한전 구리남양주사옥에 태양광·ESS·스마트플러그와 전기차 충전기·지능형계량장치(AMI) 등을 설치해 전력 공급과 소비를 최적 관리하는 시스템이 상용화됐다. 설정에 따라 건물 층별, 사무실별 사용량은 물론이고 콘센트 단위로 얼마나 쓰는지 알 수 있다. 또 화장실 비데나 창고 전등이 불필요하게 켜 있다면 이를 원격으로 끌 수도 있다. 이 기술이 가정에 적용되면 빈방에 전등이나 컴퓨터가 켜져 있는지를 스마트폰에서 제어하고 가족 중에 누가 전기를 제일 많이 사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정마다 태양광을 설치해 에어컨이나 히터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일부 지자체에서 소규모 태양광발전 모듈을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해 가정용 전기요금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향후 태양광 발전 효율이 높아지면 집안에서 냉난방이나 요리하는 데 쓰고 남는 전기는 ESS에 저장했다가 야간에 쓰거나 전력회사로 되팔 수도 있다.

드론(소형비행체)이나 자율 주행 전기차는 목적지를 설정해 실행하면 알아서 운행한다. 드론은 택배, 촬영, 기상관측 등 활용 범위가 넓다. 고속도로 위 전기차 자율주행이 이뤄지면 승객은 독서나 영화감상 혹은 수면을 취하면서도 무사히 목적지에 갈수 있다. 머지않아 가을날 고추잠자리만큼이나 많은 드론과 전기차가 허공에서 충돌 없이 운행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은 이 같은 에너지 신시장 선점에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대용량 ESS를 전력산업 전반으로 확대 중이고 전기차·드론 보급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신재생발전 비중을 80%까지 확대한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정이나 동네 병원에도 비상용 ESS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과 남극에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해 안정적인 전력공급 루트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에너지 혁신도시는 세계 최초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지다. 먼저 전력과 신재생발전원·ESS·전기차는 물론이고 스마트 가전과 건물 단위 스마트그리드스테이션을 하나의 플랫폼에 운영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한다. 두 번째로 가스, 상하수도와 같은 에너지원관리시스템을 연계시키고, 마지막으로 교통·통신 분야와 접목해 정보교류 네트워크를 완성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 사용자 편의성 제고 그리고 도시의 안전성이 증대될 수 있다. 혁신도시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제주 실증단지의 기술과 제품, 가파도 마이크로그리드, 구리남양주사옥 스마트그리드스테이션 그리고 변전소에 설치된 ESS 등을 활용한다. 새로이 성능이 보강된 통합운영시스템은 실시간 수집되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장 예측과 사전 대응, 에너지 수급관리 최적화가 가능하다.

에너지 신사업 모델이 완성되면 기존 도시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보완해 궁극적인 에너지인터넷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검증된 기술은 인근 도시, 도서지역, 군부대, 선박, 자동차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주택과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에너지 혁신도시 완성을 위해서는 신재생 발전원의 이용효율 향상, 전기차의 충전시간 단축, ESS 충전량 증대 그리고 운영소프트웨어 고도화 등 해결할 과제가 아직 많다.

ICT와 융·복합 의식으로 무장된 청년 벤처창업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세계로 비상하려는 꿈을 가진 청년 신 벤처의 출격이 고대되는 시점이다.

황우현 한국전력 SG&ESS 처장 hblue@kep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