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서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로 뉴스와 날씨 정보를 본다. 지하철과 버스 정류소에서는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운행 정보와 광고를 쉴 새 없이 보여준다. 퇴근할 때면 미디어 폴이 강남 거리를 예술 무대처럼 아름답게 수놓는다. 건물 옥상에 세워졌던 대형간판 대신 도심 사거리의 건물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로 실시간 뉴스와 광고를 보는 게 일상화됐다. 대형 백화점도 1층 창문에 명품 의류 등을 전시하던 것에서 벗어나 디스플레이 기기를 설치해 예술 작품을 선보여 고객 시선을 끌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우리 삶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다. 이미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생소한 용어 탓에 새로운 기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네트워크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공공장소 및 상업공간에 설치해 정보·엔터테인먼트·광고 등을 전달하는 미디어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TV·PC·휴대폰에 이어 제4의 스크린 미디어로 부르는 이유다. 종이와 포스터로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던 것을 IT로 구현한 셈이다. 과거 단순 정보를 전달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콘텐츠·네트워크 기술이 융합되면서 소비자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다.
현재 디지털 사이니지는 설치 장소에 따라 아웃도어형과 인도형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노출 형태에 따라 단순 노출형(One Way)과 참여형(Interactive)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아웃도어 디지털 사이니지는 미생 촬영지로 유명해진 서울스퀘어 미디어 파사드가 대표적이다. 건물 외벽이나 전광판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를 의미한다. 중앙관제센터 PC로 제어한다.
인도어 디지털사이니지는 대형 쇼핑몰 내벽이나 지하철, 버스 정류소 등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을 의미한다. 키오스크로 이용자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노린다.
단순 노출형으로는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행선 안내기가 있다. LCD 모니터에서 지하철 도착 알림과 광고 및 뮤직비디오 등을 주로 내보낸다. 부가 기능은 제한적이다. 참여형 디지털 사이니지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이벤트 참여와 실시간 뉴스검색, 인터넷 전화 등으로 사용자와 다양한 상호작용을 한다.
디지털사이니지는 당초 광고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IT와 융복합되면서 교육·정보 제공·예술에도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문화를 확산시킨 것처럼 디지털 사이니지도 새로운 문화 창출의 도구로 발전할 전망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제 틈새시장을 넘어 주요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종전까지 디지털 사이니지는 공공장소나 상업 공간에 제한적으로 설치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냉장고 등 가전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RF부품·카메라모듈 등 고급 소재·부품 수요를 견인해 우리 IT 산업 내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카콜라·맥도널드 등 글로벌 식음료 업체들이 매장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조만간 국내 디스플레이 및 가전 업체와 공급계약을 겸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예정이다.
글로벌 식음료 업체들이 디지털 사이니지 기술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매장에 설치된 냉장고 문에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이 탑재된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하면 심미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보·광고 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면서 부가 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모션인식 카메라 등 하드웨어 기술이 상용화 단계로 진화된 것도 디지털 사이니지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며 “다만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 플랫폼·광고업체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유통 회사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업 마켓스탠드마케츠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2011년 39억5000만달러에서 2016년 13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 수요가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2012년 2927억원에서 올해 1조1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디지털 사이니지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광고산업 육성전략’ 발표로 디지털 사이니지를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선정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 입법 예고로 정책적 지원과 산업육성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말 미래창조과학부는 재차 ‘스마트미디어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사이니지 활성화를 위한 산업투자 촉진 진흥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TV처럼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서도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적으로 롱텀에벌루션(LTE) 네트워크 망이 보급돼 있고, 기술을 선도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사이니지 보급도 빨랐다. 이미 2000년대 초 디지털 사이니지가 보급됐다. 다만 외형 성장 속도는 빨랐지만 콘텐츠와 SW 개발 등 질적인 성장은 더뎠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확산되면서 케이팝·화장품·의류·바이오 등 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사이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셈이다.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확대는 콘텐츠 산업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NFC)·센서·영상처리 기술의 발달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구현된다. 향후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가 대거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 카메라를 활용한 얼굴인식 기술이나 위치기반서비스(LBS) 기술 발달로 사용자의 성별·연령·위치 등을 인식하고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주는 서비스도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모바일 웹 연동 확대·스크린 다양화로 디지털 사이니지는 신성장 동력이자 융합사업의 성공 모델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