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테마파크, 가상현실(VR)에서 만난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가상현실(VR) 기기에서 디즈니랜드를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디즈니가 테마파크를 가상현실과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공개한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 <사진 : 삼성전자>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가상현실(VR) 기기에서 디즈니랜드를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디즈니가 테마파크를 가상현실과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공개한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 <사진 : 삼성전자>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꿈의 궁전’ 디즈니 테마파크를 즐길 수 있게 될까. 디즈니가 테마파크를 가상현실(VR)과 접목시킨다.

월터디즈니가 자사 테마파크를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헤드마운트형 디스플레이(HMD)를 통해 선보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벤처비트가 12일 전했다.

베이 양 디즈니 크리에이티브 테크니컬 디자인 책임자는 “디즈니는 이야기 기반 회사”라며 “모든 사람을 이야기로 연결해 사람들이 가족들과 시간을 ‘공유’하게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 가상현실을 ‘기술(Technology)’로 여긴다면 디즈니는 이를 콘텐츠와 접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바라본다. 베이 양 책임자는 “가상현실은 우리에겐 이런 이야기를 선보일 또다른 방법”이라며 “디즈니는 가상현실 기술을 몹시 흥미롭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 양은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센터(WDI)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총괄한다. WDI는 지난 1960년대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고 사람에게 말을 하는 ‘오디오-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이나 3차원(3D) 이미지를 영화로 만드는 ‘스릴레마’ 기술 등을 처음 선보인 디즈니 IT기술의 중심이다. 전 세계 테마파크와 리조트가 이들의 손에서 나온다.

베이 양에 따르면 디즈니는 가상현실 기술을 지난 198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데 집중했다.

디즈니는 이를 통해 1997년 가상현실 체험관 ‘디즈니 퀘스트’를 개관하는 등 가상현실을 꾸준히 자사 콘텐츠와 결합했다. 테마파크 어트렉션에 VR기술을 접목해 4차원(4D) 체험관도 열었다. 현재 대형 IT기업들에서 근무하는 VR 연구자들 상당수가 디즈니 출신이다. 오큘러스VR이 최근 영입한 모션 캡처 전문가 크리스 브레글러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디즈니랜드와도 공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TV가 보편화됐지만 여전히 전통적 매체인 책이 출판되고 있는 것처럼 현실의 테마파크가 가진 이점이 있을 것이라는 애기다. 베이 양 책임자는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됐지만 이런 추세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하는 경험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했다”며 “디즈니는 신기술과 상관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모든 매개체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 양의 가장 큰 임무는 디즈니 파크에 현실감이 높은 가상현실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소비자용 HMD 가상현실 기기가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결국엔 비디오로 영사되는 형태로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이 양은 “사람들은 누구나 매우 독특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며 “사람들이 디즈니랜드를 가상현실에서 경험하는 것을 막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용 VR기기는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다. 삼성전자는 오큘러스VR와 손잡고 지난해 갤럭시노트4용 기어VR에 이어 최근 갤럭시S6용 기어VR를 선보였다. LG전자는 구글과 함께 G3용 ‘VR for G3’을 내놨다.

PC게임 플랫폼 업체 밸브(Valve)는 HTC와 협력해 연말 VR 헤드셋을 내놓을 계획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용 가상현실 헤드셋 ‘모피어스’는 내년께 출시된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VR의 ‘오큘러스’는 아직 상용화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