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규제에 모바일 신용카드 서비스 `감감`

금융당국이 지난 1월 핀테크(Fintech) 진흥과 낡은 금융 규제 타파를 위해 ‘모바일 신용카드 단독 발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모바일 신용카드 규제 완화에 따라 주요 카드사가 모바일 신용카드 개발을 완료하고 금융당국의 완화조치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풀어야할 과제가 많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모바일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선 플라스틱 카드를 발급한 후 다시 모바일 카드를 스마트폰에 내려받아야 한다. 즉 실물 카드가 있어야만 모바일 카드를 발급받는 ‘모-자 카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2012년 11년 ‘서비스분야 IT활용 촉진방안’에서 플라스틱 신용카드 없는 모바일 전용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하는 내용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가 관련 사안을 추진하기로 한 지 약 3년 만에 모바일 신용카드 탄생이 임박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논의만 있을 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모바일 카드 단독 발급을 허용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지만 전자금융거래법 등 이해 상충되는 법안을 완화해야하고 특히 인증수단 등 보안 강화 과제도 남아있어 언제 시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를 믿고 일부 카드사는 모바일 신용카드 개발 및 프로세스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하나카드는 관련 카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모바일 카드 신청부터 사용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인증수단도 공인인증서 외에 보다 편리한 형태의 인증수단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모바일 신용카드 규제가 완화되면 최소 일주일이 걸리는 카드 발급 시간이 사라지고 진정한 모바일 지갑 시대가 열리게 된다”며 “고객이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수단 다변화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모바일 신용카드’ 개발과 단독 발급 프로세스 마련에 돌입했다. 본인확인 인증수단 개발과, 앱카드 연동 방안 등을 내부 검토 중이다.

비씨카드도 규제 개선 시점에 맞춰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 작업 등에 착수하고 모바일전용카드 출시에 대비해, 프로세스 수정·변경 검토를 마친 상태다.

비씨카드는 모바일카드 발급신청 절차 간소화를 위해 △별도 심사 없이 모바일카드 추가 발급(각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1개 이상 발급받은 고객 대상) △종이 신청서 작성 생략 등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 시킬 계획이다.

다른 카드사도 ‘모-자 카드’ 규제완화 시점에 맞춘 모바일 신용카드 발급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규제가 풀려도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가맹점을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카드업계는 거액의 투자비를 들여 카드사가 관련 결제 단말기를 모두 보급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추진 예정인 영세가맹점 IC단말기 보급 사업에 근거리무선통신(NFC)기반 결제도 허용하는 단말기 개발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약 1000억원 자금을 투입해 영세가맹점에 보급될 IC단말기에 NFC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NFC결제 기능을 제외하면 또다시 중복투자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