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아직도 외국인과 함께 일하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외국계 정보통신 업체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얘기다. 특히 B2B에 주력하는 외국계 업체일수록 이런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외국계 업체 관계자는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외국인 엔지니어만 데리고 가면 표정이 굳는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본사에서 순환근무차 국내 지사로 온 외국인 엔지니어도 얼마 못 가 본사 귀환을 요청한다. 인근 국가 지사로 순환배치를 희망하는 직원도 생겨난다. 외국인 지사장이 찾아가면 “뭐하러 왔느냐”며 문전박대까지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지사장은 결국 자진해 떠났고, 본사에서도 이후 한국인 지사장만 뽑게 됐다고 했다.
문화적 장벽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국내 IT업계는 유독 심하다. 미국·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문화권인 중국 등에선 본사 출신 다국적 엔지니어가 해당 지사에 상주하면서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현지에 R&D팀을 가동하는 등 지사 역할이 크다.
반면에 한국 지사는 대개 내수 영업이나 자사 기술·제품 후방 지원에 그친다. 본사나 인근 지사에서 현장 엔지니어들이 파견 나오면 지사는 ‘통역’만 한다. 국내에 실력 있는 엔지니어 자체를 아예 배치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다. 결국 글로벌 기업이 가진 강점을 국내에서 보고 배울 기회는 없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열악한 근무 환경은 글로벌 IT기업에 종사하는 국내 출신 인재마저 한국을 외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필요할 때면 밤낮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협력사 엔지니어를 불러들이는데, 외국에선 이런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국내 IT인력 풀(Pool)이 외국계 따로, 국내 따로 돌고 도는 이유다.
이는 우리 IT업계 눈높이가 ‘한국’ 수준에 그친다는 증거다. 국내 IT기업은 “우수 인재는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으로 들어가 쓸 만한 인재가 없다”며 푸념한다. 그러면서 IT업계의 세계화를 꿈꾼다. 글로벌 IT기업이 되고 싶다면 사람을 보는 시야부터 글로벌 수준으로 넓히는 게 맞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