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와 스토리지를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재지정하려는 움직임이 국내 제조 업계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첫 번째 시도에서 사후서비스(AS)망 미비 등으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국내 중소기업 및 관련 협회는 문제점을 보완해 올해 재시도하기로 했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최근 HPC코리아, 나누미넷, 글루시스 등 협력업체와 함께 공동 사후서비스(AS)센터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업무 협약은 업계가 힘을 합쳐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5대 지역에 전문 AS센터를 구축, 24시간 내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업계가 공동 AS센터 구축에 나선 건 서버·스토리지 등 국산 컴퓨팅 장비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국내 컴퓨팅 시장은 외산 장비 의존도가 매우 높아 그동안 국내 제조 산업은 크게 위축돼왔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시장에서 구매하는 서버와 스토리지의 90% 이상이 외산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지난해 한국컴퓨팅산업협회를 출범시켰다. 공동 AS센터 구축 협약은 첫 결과물이다. 공동 AS센터는 오는 6월에 있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심사에 통과하기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이 강하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 제도는 국내 생산설비와 생산 공정을 갖춘 중소기업을 공공시장에서 우대하는 정책이다. 특정 품목이 중기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중견기업과 대기업, 외산 제품은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제조기업들은 외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지난해 등록을 추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불공정 경쟁을 주장한 HP·델 등 외산 업체의 거센 반발과 신뢰성 및 AS 부족 등이 탈락 이유로 작용했다.
컴퓨팅산업협회는 올 6월에 있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선정이 마지막 기회로 보고 약점 보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AS 구축뿐 아니라 서울시 등 공공기관과 시범 사업을 통해 국산 장비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컴퓨팅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정기총회 및 이사회에서도 중기 경쟁제품 지정을 올해 최우선 사업으로 의결했다”며 “준비를 철저히 해 올해는 꼭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은 중소기업청이 지정한다. 올해 선정되는 품목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효력이 발생한다. 예외적인 상황 발생 시 추가 지정하는 사례도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