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에서 영업을 하는 국내외 통신·인터넷 기업에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반테러법’을 강행할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카카오를 비롯 페이스북,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정부와 마찰을 빚는 모습이다.
닛케이신문은 완강 중국 과학기술부 장관이 중국 반테러법 제정을 놓고 미국과 유럽에서 커지고 있는 반대 의견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그는 11일 회견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중국 기업에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법제정 재검토 가능성을 차단했다.
완 장관은 “정보 보안문제에 대해 심각한 연구와 토론을 진행 중”이라며 “중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도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 정보를 요구하는 것과 같이 중국 역시 국제관행을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반테러법 초안을 발표했다. 이 법은 중국이 국가 안팎에서의 안보와 보안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법 초안은 통신회사나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정부가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장치를 미리 마련하고 암호화키를 주관 부서에 신고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과 유럽 국가를 비롯한 글로벌 IT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테러 방지를 이유로 합법적으로 통신·인터넷 기업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취득할뿐 아니라 최신 IT 지식재산권을 수집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 정부는 존 케리 미국 국무부장관과 제이콥 루 재무부장관 등이 서명한 서한을 보내며 반테러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직접적으로 중국 반테러법 제정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달 초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테러정보 수집을 위해 IT 기업에 대한 관리와 통제에 나서려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도 직접 문제 제기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측의 주장대로 전 세계적으로 반테러법 제정이나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정보공개 요구는 만연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공개 요청한 데이터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은 정부기관들의 정보공개 요구가 지난 5년간 약 150%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 내 11개국은 올해 초 인터넷 감시와 국경통제,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공동성명에서 “인터넷 기업이 온라인 콘텐츠를 감시하고 필요하면 이를 삭제하는 것에 정부와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테러방지를 위한 여러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테러 정보 수집을 위한 대테러센터 설치나 온라인 테러 감시활동을 하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 등을 신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중국의 반테러법이 국제사회와 기업들의 우려를 낳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에 처음부터 암호화키를 제공해야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반테러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국가들도 국가 안보를 위한 이유로 IT 기업들에게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암호화키를 갖고 있지는 않다.
중국은 이에 대해 암호화키를 국가 안보기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이나 사용자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해명이지만 기업들은 ‘뒷문’을 항상 열어 놓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중국 정부가 반테러법을 수정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늘어난 테러 우려도 반테러법 강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활동이 빈번히 발생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소수민족 등으로 구성된 지정학적 특성상 테러에 안전한 국가는 아니다. 이달 초에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던 이들이 테러를 모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IS에 가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테러 단체들이 SNS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미 2차 심의까지 마친 중국 반테러법은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 대표는 “업체들이 중국 당국의 감시활동을 감수하면서도 영업을 지속해야 하는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밝혔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