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 촉진을 강조한다. 야당도 동조하니 최저임금 인상은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경기 위축에 따른 경영난을 들어 난색을 표명한다. 임금 동결을 선언한 일부 대기업은 곤혹스럽다.
정부가 기업에 인금 인상을 독려하는 것은 별의별 수단을 다 써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만이 경기 활성화 정책이라는 게 씁쓸하지만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고 경기 회복도 된다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기업도 이를 잘 안다. 하지만 흑자 대기업도 임금을 동결하는 마당이다.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은커녕 깎아야 할 지경이다. 좀처럼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시야를 넓히면 해법이 보인다. 기업도 여건이 된다면 임금을 왜 올려주고 싶지 않을까. 바로 이 여건이 문제다. 당장은 경영난이 큰 이유다. 적자인데 임금을 올릴 기업은 없다. 하지만 사정이 나은데도 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기업도 있다.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힘든 경직된 노동구조 아래 임금을 올리면 곧바로 비용이 증가하니 인상을 주저한다. 정리해고는커녕 전환배치도 일일이 노동조합 동의를 받아야 하는 기업도 있다. 단체협약이야 노사 협의 사안이라 해도 정부 노동 규제마저 외국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비정규직 규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기업이 임금 인상에 동참하거나 더 고용하도록 만들려면 노동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 물론 임금이 오른 대신에 해고가 늘면 소득 증가 효과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이다. 독일 사례를 보면 중장기적 효과가 크다. 10여 년 전 두 자릿수 실업률로 신음한 독일은 해고 요건 완화를 비롯한 노동 유연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실업률을 다시 크게 낮아졌다. 전체 소득은 증가했다. 노동 유연성이 고용과 임금을 증가시킨 셈이다. 독일과 한국 상황은 다르다. 업종별 사정도 다르다. 그래도 시사점은 있다. 악용 기업엔 채찍을, 일시적 실업자엔 사회보장책을 만들면 된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12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나 “임금을 올려주려면 다른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새겨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