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폰, 통신사 기지국 선택 패러다임 제시···표준인터페이스로 RU 선택권 확대

영국 보다폰과 일본 후지쯔, 독일 카트라인이 통신사 기지국 선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지국 데이터부문(DU)과 무선부문(RU)을 호환성 높은 표준 인터페이스로 연계해 다양한 RU 선택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DU 제공업체에 종속돼 RU까지 해당 업체 제품을 구매해야 했던 관행이 달라질지 주목됐다.

보다폰은 후지쯔 RU와 카트라인 DU 사이를 ‘오픈무선장비인터페이스(ORI)’로 연계해 롱텀에벌루션(LTE) 통신을 구현했다고 15일 밝혔다.

ORI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공공무선인터페이스(CPRI)’를 기반으로 하지만 제조사 간 호환성을 높인 규격이다. 제조사 종속성이 강한 CPRI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0년부터 표준화가 진행돼왔다.

기지국은 통신사 무선망 구축 요소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한다. 이중 RU는 DU 1개당 6~12개까지 필요해 통신사들은 더 저렴한 RU를 원한다. 하지만 장비업계는 개발 편의와 시장 보호를 위해 자사만의 통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RU는 무조건 DU 공급사 것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모든 통신사가 표준 인터페이스를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다폰은 후지쯔 DU와 카트라인 RU를 ORI로 연계해 성공적으로 LTE 통신을 구현했다. ORI가 확산되면 통신사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RU 제공사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 협상력도 울며 겨자먹기로 한 제조사만을 선택해야 했던 관행이 사라지게 된다.

국내 통신사 한 임원은 “우리나라도 LTE 도입 초기에 DU와 RU간 오픈 인터페이스를 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제조사 반대로 무산됐다”며 “하지만 ORI는 장점이 많고 기술적으로 구현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대형 제조사의 협조만 있으면 확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 중계기 업체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계기 업체는 자체적으로 RU 제작 기술을 갖췄다. 하지만 대형 제조사 DU의 통신방식에 맞지 않아 이들에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만 RU를 공급했다. ORI가 확산되면 중계기 업체가 독자 RU 제조사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아직 걸림돌은 많다. 대형 장비 제조사의 참여가 필수다. 제조사는 자사의 특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전면적 표준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제조사 기능 추가 시 관리적인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50여 글로벌 통신사와 제조사, 연구기관이 참여해 ROI 표준화를 시도하는 만큼 보다폰과 같은 시도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루크 이베스톤 보다폰 연구개발 이사는 “이번 시연은 ORI가 모바일 네트워크의 기지국 혁신을 통해 통신사와 제조사에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향후 보다폰이 네트워크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