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과 ICT가 접목되면서 핀테크(Fintech)가 화두로 떠올랐다. 제조업과 IT 간 결합도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은 이를 ‘인더스트리 4.0’이라 칭했다. 16일 독일 하노버에서 개막하는 ‘하노버정보통신박람회(CeBIT) 2015’는 ‘인더스트리 4.0’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올해 세빗 2015 대주제는 ‘디코노미(D!conomy)’다. 디지털(Digital)과 경제(Economy)를 더한 단어다. 현장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을 포함해 디지털 기술이 기존 산업을 포함해 경제를 뒤흔드는 현재를 목격할 수 있다.
주최국 독일은 세계 제조업 강국으로 2010년부터 민관 합동으로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으로 기기와 제품을 연결해 완벽한 자동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해 제조업계의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이후를 주도하겠다는 게 골자다. 독일 정부의 관심도 높다. 올해 세빗에선 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개막식에 참여해 포문을 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올해 다국적 기업들의 B2B 사업전략도 확인할 수 있다. 세빗은 지난 2014년부터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비즈니스 장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세빗에서 오간 거래액만 약 250억유로에 달한다. 올해는 총 70개국에서 4000여개 업체가 참가한다. 참관객은 총 21만명으로 예측되며 이 중 90% 이상이 전문 바이어다. 올리버 프레제 세빗 총괄 사장은 “디지털 공급망(SCM)에 대한 전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세빗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빗에는 제조업계와 IT업계가 총출동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은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보안, 기기 등 각자 B2B 제품을 뽐낼 계획이다.
대표적 글로벌 기업 IBM은 빅데이터 분석 기술, 딥 러닝을 포함한 자사 인공지능(AI) 기술 등 독자 역량을 결합한 B2B솔루션을 선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자사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공기질 예측 시스템을 결합해 72시간 뒤 대기오염 수준을 파악하는 ‘그린 호라이즌(Green Horizon)’ 계획을 시작한 바 있다.
최근 사이버 안보 인식이 증가하면서 보안과 연관된 전시들도 돋보일 전망이다. 시큐스마트와 보다폰은 안드로이드, iOS 등 스마트폰 OS에서 오가는 정보들을 암호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한다. 시큐스마트는 뛰어난 보안으로 ‘총리 스마트폰’이라 불렸던 블랙베리10에 보안 솔루션을 공급한 업체다.
국내에선 60여개사가 자리를 빛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34개 업체,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5개 업체, 충북테크노파크가 6개 업체를 각각 모아 공동관을 꾸렸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17개사는 각 사별로 부스를 마련했다.
국내 최대 IT업체인 삼성전자는 갤럭시S6 등 스마트폰 및 태블릿PC를 포함해 자사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B2B솔루션을 선보인다.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의 키노트 강연 ‘엔터프라이즈 IoT:비전과 전망’도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독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SAP와 손잡고 자사 기기에 최적화된 모바일 솔루션 개발에 나선 상태다.
세빗에선 매년 개최 당시 업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국가를 공식 파트너로 지명하는 ‘동반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올해 주인공은 중국이다.
중국은 어마어마한 내수시장과 젊은 층의 신기술 관심을 바탕으로 세계 IT업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컨슈머 시장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는 현재 6억3000만명에 달하고 대부분 모바일에서 접속한다. 유럽정보기술전망연구소(EITO)에 따르면 중국 ICT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3510억유로 정도를 기록해 전년보다 14.7% 커졌다.
독일과 중국은 지난 2013년 시진핑 중국 주석이 독일을 공식 방문했을 때 올해를 ‘혁신 협력의 해’로 지정했다. 작년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분야와 협업하는 내용이 포함된 중·독 협력행동강령 110개조를 체결하는 등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유럽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목적으로 국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2%를 과학연구에 투자한다.
올해는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알리바바·샤오미·화웨이 등을 포함해 총 600여개 업체가 참여한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잭 마윈 회장 기조연설도 준비됐다. 올리버 프레제 세빗 총괄 사장은 “세빗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동반 국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노버(독일)=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