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과학뉴스]세계 최대 강입자가속기 이달 재가동...“이번엔 암흑물질이다”

세계 최대 강입자가속기(LHC)가 이달 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명 ‘신의 입자’라 불렸던 ‘힉스 입자’를 증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우주의 ‘암흑 물질’이 목표다.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가 LHC를 이달 마지막 주부터 재가동하기 위해 시스템 검증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강입자가속기(LHC, 사진)가 이달 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명 ‘신의 입자’라 불렸던 ‘힉스 입자’를 증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우주의 ‘암흑 물질’이 목표다. <사진 :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
세계 최대 강입자가속기(LHC, 사진)가 이달 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명 ‘신의 입자’라 불렸던 ‘힉스 입자’를 증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우주의 ‘암흑 물질’이 목표다. <사진 :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

LHC는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접경지대 지하에 만들어진 역사상 최대 입자가속기다. 트랙 길이가 총 27km에 달한다. 입자가속기는 양성자·전자를 가속해 운동에너지를 갖게 한 뒤 이를 충돌시켜 고에너지 상태를 만드는 기계다. LHC에서는 각 입자가 빛의 속도로 날아다닌다.

LHC는 지난 2012년 ‘힉스 입자’ 존재를 물리적으로 입증해냈다. 힉스 입자는 기본 입자인 쿼크와 렙톤이 질량·대칭성을 갖게 된 과정을 설명할 때 쓰이는 ‘힉스 매커니즘’ 때 나타난다. 지난 1960년대 가설로 제시됐다. LHC는 2013년 2월부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

LHC는 이후 충돌에너지를 두 배 가량 끌어올리고 양자 촬영 기법을 바꾸는 등 크게 업그레이드됐다. 재개된 후 충돌에너지는 13조eV(전자볼트)다. 당초 두 개의 양성자를 7조eV속도로 움직이게 한 뒤 충돌시켜 최대 14조eV 에너지를 만들게 설계됐다. 하지만 시설이 속도를 견뎌내지 못해 2011년까지는 7조eV를, 그 이듬해엔 8조eV에서 충돌 실험을 거쳤다.

LHC 내부에서 날아다니는 입자 다발(번치) 수는 줄였지만 부딪힐 확률은 높아졌다. 각 다발을 25나노초(ns)마다 쏘아내 다발 간 거리를 줄인 덕이다. 안전성도 높였다. 초전도 전자석을 움직이기 위해 냉각 시스템을 개선했다. 가속기 온도는 영하 271.25℃로 낮췄다.

매커니즘도 준비 완료다. LHC에서는 수십억개의 입자가 부딪히기 때문에 이 모든 움직임을 추적·기록하는 건 불가능하다. 입자 충돌 행위들을 미리 선택해 매커니즘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전까지는 초당 2000만개 충돌 테스트 과정으로 매커니즘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갑절인 4000만개가 기준이다.

CERN 과학자들은 LHC의 재가동으로 우주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 물질’을 입증하는데 주력한다. 암흑 물질은 오로지 중력을 통해서만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물질이다. 전기파로도 관측이 안 된다. 학계에선 암흑 물질의 전체 양을 추산한 상태고 입자물리학계에선 이를 직접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한국인 과학자의 이름을 붙은 새로운 입자를 찾는 실험도 계획돼 있다. 조용민 건국대 석학교수가 이론화해 예측한 ‘조-메이슨(Cho-Maison) 자기홀극’이다. 자기홀극은 자석의 N·S극 중 하나만 존재하는 자석 입자로, 조-메이슨 자기홀극은 이에 대한 이론적 모형 중 하나다.

3월 말 LHC는 에너지 레벨을 낮춰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바뀐 만큼 단계적으로 충돌시킨 뒤 데이터를 검증해 본격 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첫 충돌 실험의 결과는 오는 6월 초 나온다. 롤프-디터 호이어 CERN 소장은 “나에겐 꿈이 있다”며 “어두운 우주의 첫 번째 빛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