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차세대 인터넷주소(IPv6) 전환 비용이 878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 쓰는 인터넷주소(IPv4)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거금을 투자해야 할 처지다.
무제한 인터넷주로소로 불리는 IPv6는 모든 사물에 1개의 인터넷 주소를 부여할 수 있다.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쏟아지는 IoT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IPv4의 고갈이 머지않았고, 할당 제한 등 부족현상도 나타났다. 대형 ISP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IPv6 전환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만 3400억원가량을 전환 비용으로 투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대형 통신사들은 최근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새로운 IoT 서비스를 발표하고 올해에도 IPv6 전환에 속도를 낼 태세다.
문제는 재정이 취약한 중소 ISP의 ‘만만디’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14년 국내 IPv6 준비도 실태조사’에서 중소 ISP의 72%가 전환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새 주소의 폭발적인 증가를 다소 느긋하게 예상하는 점도 있지만, 당장 거금을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 ISP가 뒤처지면서 IoT 산업이 동반 지체될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을 위한 주요 고속도로가 깔리더라도 주변도로가 완비되지 않으면 완벽한 IoT 서비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형 ISP는 기간망과 상용서비스에 IPv6 전환을 서두른다. 하지만 중소 ISP가 콘텐츠와 응용서비스에 기존 주소체계를 유지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정책 당국의 대책이 시급한 대목이다.
당장 중소 ISP에 IPv6 전환의 시급성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한편 전환 시 세제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컨설팅이나 전문교육과 같은 지원책도 뒤따라야 한다. IPv6를 활용한 초기 성공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 자발적인 전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잘 갖춰진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