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식재산권 분야 흑자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지식재산권 흑자 규모가 최대 1조6950억엔(약 15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80%는 일본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기업 내부 거래액이었다. 일본이 목표로 하는 지식재산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는 해석이다.
지식재산권 국제 수지는 일본 기업이 해외에 특허나 저작권 등의 아이디어를 빌려주며 얻는 수입에서 일본 기업이 해외에 지불하는 금액을 빼 산출된다.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구성된다.
일본은 지난 2003년 처음으로 지식재산권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지난 2013년에는 흑자 규모가 1조엔대를 돌파했다.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집권 당시 수립했던 목표인 지식재산 국가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특허사용료와 로열티 등 기술 아이디어에 대한 해외 거래 내역에 따르면, 2013년 전체 거래 70%가 해외 자회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이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지식재산권 수입이 최근 10년간 갑절로 늘어난 1조8000억엔(약 16조8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중 80%에 해당하는 1조5000억엔(약 14조원)은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했다.
일본 지식재산권 흑자가 확대된 시기는 일본 제조업이 해외로 생산을 이전하던 시기와 겹친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수입이 흑자로 전환된 지난 2003년 해외에서 생산을 한 기업 비율은 62%다. 이 비율은 지난해 72%까지 증가했다.
자동차 해외 생산 비율은 같은 기간 크게 늘어 지난 10년간 40%에서 70%로 확대됐다. 닛산 자동차는 일본 차량 수출대수가 40% 줄어드는 반면 해외 생산은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에 해외 법인으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전 등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전자산업 지식재산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자회사로부터 받는 지식재산권 수입을 제외하면 오히려 적자다. 이에 더해 전자제품 제조사는 해외 제조사와 상호 특허를 이용할 수 있는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지식재산권 수익을 낼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실제 외부 기업과의 거래에서 얻은 흑자가 기업 내 무역흑자를 상회하는 일본 산업은 의약품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야마에 코야 SMBC 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흑자보다 일본 내 고용 파급효과를 따지자면 열등하다”고 분석했다.
엔저로 인한 제조업 회귀 현상에 지식재산권 흑자 규모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달러에 120엔 전후의 엔화 약세가 정착되며 닛산, 파나소닉 등 제조업체들은 해외에서 일본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지식재산 국가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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