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의 건강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검진’이라는 대응책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그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미리 자신의 신체를 검진함으로써 건강의 위험요소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며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나 혼자만 건강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작은 공동체가 모여 이루는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면 과연 건강검진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래 급속하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이에 1972년에 이르러서는 유엔(UN)이 직접 나서 환경이 배제된 경제개발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1992년에는 지속가능성장위원회를 창설했고, 10년 뒤인 2002년에는 각 나라의 특성을 고려한 지속 가능 발전정책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몇 년간 ‘지속 가능성’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이는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뜻한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도 한다. 평가 기준은 기업의 이윤 창출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환경적 책임을 얼마나 다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지속 가능성이란 단어는 지난 1972년 ‘로마 클럽’에서 발표한 ‘성장의 한계’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된 후 인간활동, 경제나 경영, 기후와 환경, 국가정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직까지 기업 사이에서 화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이 확산되고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과제와 요구에 따라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은 스스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역량과 성과를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500개가 넘는 기관이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내고 있다. 후지제록스 역시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CSR는 경영 그 자체”라는 지속 가능 경영 철학 아래 이어져온 후지제록스의 사회공헌 활동 성과와 비전이 담겨 있다.
한국후지제록스가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1974년 국내 설립 이후 40여년간 꾸준히 진행해온 지속 가능 경영 성과를 이해관계자들이 알기 쉽도록 제작했다. 특히 나에게는 지난 3년간 회수된 복합기 및 소모품의 재자원화를 통해 업계 최초로 ‘폐기 제로’를 달성하고, 2014 자원순환 선도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등 환경과 사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한국후지제록스의 노력이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사실 지속 가능성 보고서는 그 누구도 작성할 의무는 없다. 그리고 설사 작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내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이 터전에 아름다운 생태계의 보존이라는 하나의 보호막을 형성하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내는 지속 가능성 보고서는 단순히 한 해 동안 그들이 실천한 CSR와 지속 가능 경영 활동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를 드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CSR와 지속 가능 경영은 도입한다고 해서 효과가 성과로 바로 이어지거나 재무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CSR와 지속 가능 경영은 중장기적인 마인드로 전략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며,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그간 진행해온 활동을 알려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실행하며 국제적으로 존경 받는 기업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국내의 보다 많은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기업경영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탈바꿈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길 바란다.
황인태 한국후지제록스 대표이사 Intae,hwang@kor.fujixero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