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나뭇잎처럼 태양빛을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화학원료를 생산하는 인공 광합성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나뭇잎의 광합성 효율 1%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광합성 장치의 최고 효율 1.8%보다 두 배 이상 뛰어난 4.23% 효율을 기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청청에너지연구센터 민병권, 황윤정 박사팀은 태양전지기술과 촉매기술을 융합해 태양빛만으로 작동하는 세계 최고 효율의 일체형 인공광합성 디바이스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공광합성을 위해서는 태양광을 흡수해 전자를 생산하는 광전극 기술, 물 분해를 위한 촉매 기술,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시켜 주기 위한 촉매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의 융합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각각의 요소기술 개발이 진행되지만, 융합기술 연구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각 요소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이들 기술을 통합해 태양빛으로 작동하는 일체형 인공광합성 장치를 만들었다. 우선 저가 박막태양전지 기술을 촉매 기술과 융합해 광전극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또 환원전극 촉매 종류를 단순히 교체하는 작업으로 원하는 고부가화합물을 생산하는 장치를 구현했다. 환원전극을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 촉매로 변경하면 일산화탄소가 주로 만들어지고 이를 비스무스(Bi) 금속 촉매로 바꾸면 개미산(Formic Acid)이 주로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프린팅기반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박막 태양전지 기술, 저온 코팅 코발트산화물 촉매 기술, 금 나노촉매 기술을 융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선택도 90% 이상으로 고가의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는 패널형 장치를 구현했다. 일산화탄소는 주로 화학원료로 활용되며 톤당 132만원에 달하는 고가다.
민병권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광합성 장치는 향후 태양전지와 마찬가지로 패널형으로 제조·설치가 가능하다”며 “태양빛만 이용해 원하는 고부가화합물을 직접 대량 생산하는 미래형 화학원료 및 연료 생산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오는 21일 국제학술지 ‘재료화학 A 저널(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뒤표지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