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이 화두다. 실시간으로 정확한 통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센서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다시 조명을 받는다. 사물인터넷 기기, 플랫폼 등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인 반도체 기능과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뢰성 높은 사물인터넷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다.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찌감치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개발에서 백기를 든 과거가 안타깝다. 와이파이는 이동 중에도 수없이 잡힐 정도로 흔하게 사용하는 무선 서비스지만 이 중 국산 기술로 개발한 와이파이 칩은 전무하다. 미국 브로드컴이 시장을 장악했다. 스마트폰끼리 무선으로 파일을 전송하는 블루투스나 지그비 역시 국산 기술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중반 근거리 무선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다. 당시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장벽을 넘지 못했다. 해외 기업 공세,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어려움에 하나둘씩 손을 뗐다. 근거리 무선 기술이 필요한 시장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도 한몫했다.
끈기를 갖고 더 개발했다면 어땠을까. 국내 몇 안 되는 근거리 무선 기술 기업 중 하나인 레이디오펄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회사에 인수됐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조명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경영난 속에서 5년간 개발한 와이파이 기술을 이제 막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큰 축을 이루는 센서산업도 여전히 ‘희망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가시적으로 시장이 커지지 않았는데 장밋빛 전망만 계속 되니 기업은 불안하다. 체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해외 유수 기업은 치고 나올 준비에 바쁘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는 연구개발에 더 투자할 여력이 빠듯하다. 정부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만들기에 바쁘지만 정작 칩 기술 연구를 뒷받침할 정책이나 지원은 뾰족한 게 없다.
국내 중소 반도체 기업은 사물인터넷 시장마저 놓치면 더 이상 돌파구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지원과 뚝심이 절실하다. 과거 근거리 무선 기술 개발을 접은 실수는 다시 하면 안 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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