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애플광고(시안)가 마음에 들면 내맘대로 결정해도 됩니까?’라고 묻자 잡스는 ‘음, 나는 자네가 최소한 내게 물어봐 줬으면 하네!’라고 말했다.”
췌장암 투병생활을 하던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팀 쿡 당시 COO에게 “CEO를 맡아 모든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해놓고도 광고에 대해서만은 이런 고집을 부렸던 것으로 드러나 새삼 화제다.
17일 패스트컴퍼니는 ‘스티브 잡스:무모한 신생기업에서 비전리더로의 진화’책 시판을 앞두고 이같은 책속의 일화를 전했다. 이 일화는 위대한 기업가로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가 기업활동에서 광고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말해 주는 것이어서 새삼 눈길을 끈다.
오는 24일 시판을 앞둔 이 책은 월스트리트저널,포춘기자를 지낸 브렌드 슐렌더와 릭 테첼리 패스트컴퍼니 편집자가 공동 저술했다.
스티브 잡스가 1984년 매킨토시 출시와 함께 내놓은 ‘1984’ 광고, 그리고 1996년 애플 CEO로 복귀한 후 내놓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는 광고는 오늘날까지도 세간의 화제를 뿌리는 역사적 광고로 기억되고 있다.
이 책에는 잡스는 물론 그와 팀 쿡 사이에 있었던 쿡을 애플CEO로 만든 과정을 포함한 대화 등 놀라운 일화들이 담겨있다.
관련된 책 내용은 다음과 같다.
“8월 11일 일요일, 스티브가 팀 쿡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말했다.
쿡의 기억에 따르면 그는 ‘나는 자네하고 뭘 좀 얘기하고 싶네’라고 말했다.
이 날은 잡스가 하루종일 집에 있는 날이었고 나는 그에게 언제가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즉시 건너갔다.
그는 내가 CEO가 돼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나는 잡스가 이 말을 했을 당시 자신이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우리 두 사람은 그가 (애플이사회)의장이 되고 내가 CEO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나는 잡스에게 ‘당신이 정말로 (내가 CEO가 된 후)내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쿡은 ‘그것은 재미있는 대화였다’고 말하면서 아쉬운 웃음을 지었다.
잡스는 내게 ‘자네가 모든 결정을 내리게’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잠깐만요. 당신 말은 만일 내가 광고(시안)를 보고 마음에 든다면 당신의 OK사인을 받지 않고 내보내도 된다는 건가요?’라는 그의 호기심을 일으킬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음, 나는 자네가 적어도 내게 물어봐 줬으면 하네!’라고 말했다.
나는 ‘당신은 정말로 이렇게 하기를(CEO맡기를) 원하나요?’라고 두 세 번 물어봤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그 말을 할 당시에 시간경과에 다라 병세가 점점 호전되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주중에 가끔, 그리고 때때로 주말에도 그의 집을 들렀다.
내가 잡스를 볼 때마다 그는 점점 병세가 더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불행히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