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뮤지컬, 콘서트, 연극 등을 중심으로 공연예술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연장을 찾는 국민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침체된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2012년 한 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약 3500만명이었고, 관련 매출액은 약 7000억원에 이른다.
공연예술과 관련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우리나라 문화자산으로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공연예술의 자유로운 창작과 향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전한 인프라 조성이 필수다.
특히 공연예술은 예술가의 실연(實演)을 관람하는 장르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영국, 독일 등 공연문화 선진국에서는 18~19세기에 공연장 화재 등 안전사고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를 겪었고 이를 교훈삼아 체계적인 공연장 안전관리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근대적 개념의 공연이 시작됐고 공연장 건립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이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1990년대 이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연장과 공연 전반에 걸친 안전체계는 아직 확립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연장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972년 현재 세종문화회관 자리에 있던 서울시민회관에서 화재가 나서 53명이 사망했고, 2005년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콘서트에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11명이 숨졌으며, 2007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재에서는 19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공연장 안전 확보를 위해 2000년부터 공연장 무대시설 안전진단 제도를 도입해 일정 규모 이상 공연장 무대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진단을 의무화하고 있고, 공연장 운영자는 공연법에 따라 공연장 재해 대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을 공연장안전지원센터로 지정해 안전취약 공연장에 대한 상설안전점검지원단 운영, 공연장 관리자에게 안전교육, 안전 매뉴얼 및 기술기준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 공연 사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연과 관련된 안전문화는 아직 정착되지 못한 상태다. 특히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공연제작 현실에서 공연장 무대시설 중심 기존 안전체계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대학로 소극장과 같은 소규모 공연장은 일반적인 문화예술회관 형태의 중·대규모 공연장과 달리 무대시설에 의한 안전사고보다 화재나 전기시설 등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안전점검 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안심하고 공연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공연장 안전이 관객의 안전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우리나라 공연장 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관객이 안심하고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하우스매니저 등 관객 관리 전문가 양성, 위험평가와 같은 체계적인 분석을 거친 대피훈련 실시, 객석 등 관객 관련 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시설, 운영, 인력 등에 전반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 공연장의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규모 공연장 안전점검, 시설지원, 안전교육이 상호 보완되면서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셋째,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공연제작 현장의 안전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공연 준비시간, 종사자 처우를 비롯한 공연제작 환경 개선, 안전관리책임자 지정 등 안전관리 조직 구체화, 안전지침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
안전은 아흔아홉 번 일어나지 않더라도 백 번째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안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앞으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국민이 안전하게 공연을 즐기고 예술가가 자
유롭게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안전한 공연문화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연제작자, 예술가, 공연장 운영자 등 공연 관계자들과도 적극 협력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과 협력이 하나 둘씩 모이고 한 해 두 해 이어지면 우리나라의 문화융성과 문화산업강국의 미래도 어느덧 우리 앞에 와 있을 것이다.
김상헌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시스템융합본부장 sanghun@ktl.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