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다녀왔다. 지난해와 가장 큰 차이점은 그 동안 시제품에 머물러있던 네트워크 클라우드가 상용화 제품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조사와 관계없이 이 제품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개방성(Openness)’이 강조된 다양한 솔루션의 시연을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개념 정의 수준이었던 5G 기술이 클라우드와 접목돼 실제 시제품으로 구현됐다는 것이다. 5G 통신 시대 개막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미 본격화됐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5G 시대를 준비하면서 가장 활발히 대두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사물인터넷(IoT)이다. 사람과 사람 간 통신이 지배하는 현재의 ‘스마트’ 시대를 지나 사람과 사물이 서로 통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스마터’ 시대를 앞두고 있다. IoT 활성화는 스마터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마터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소는 무엇일까. 사람과 사물의 통신을 위한 공통된 하나의 공간, 동일한 통합 플랫폼으로 융합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네트워크의 개방성’이 확보돼야 한다.
네트워크 개방 필요성은 오랫동안 ICT 산업의 화두가 돼 왔다. 기지국 디지털부문(DU)과 무선부문(RU) 인터페이스를 통일시킨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러한 표준화 노력과 영향에도 무선 기지국단에서는 아직 제조사별로 특화된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개방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실정이다.
개방성이 ICT업계의 대세를 이루면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 모든 장비는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범용 소프트웨어로 대체되고 있다. ‘이중접속기술(Dual Connectivity)’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4G 이동통신에는 주파수집성(CA) 기술이 있다. 빠른 전송 속도를 얻기 위해 여러 개로 나뉜 주파수 밴드(Carrier)를 집적해 하나의 밴드로 묶는 방식이다. 동일 제조사의 기지국 장비가 아니라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곧 확정될 3GPP 릴리스12(LTE의 국제 규격)에 포함될 이중접속기술은 캐리어 애그리게이션과는 달리 개방성을 100% 구현할 수 있다. 시분할 LTE(LTE-TDD)와 주파수분할 LTE(LTE-FDD) 등 무선통신기술방식이 각기 다르고 기지국이 동일 제조사가 아니어도 단말기가 이를 묶음 처리한다. CA와 동일한 효과를 내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개방성 확보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매우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ICT 업계의 바람직한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많은 솔루션 공급업체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기술 노하우를 인정받고 선택받는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그동안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됐던 네트워크 시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기술 경쟁은 결국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품질의 서비스를 일반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5G는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 4G보다 훨씬 더 폭넓은 범위를 아우른다.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등의 분야와 상호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 서비스인 이종산업 간 융·복합을 활발히 일으킬 것이다. 창의성에 기반을 둔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해 이를 상업화하거나 사업 확대가 가능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5G 기술의 주요 목적이자 방향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적 차원에서 ‘네트워크 자체의 개방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IC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가 평소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의무가 ‘개방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6년 MWC에서는 올해보다 훨씬 더 열린, 개방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그리고 행사장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유지일 한국알카텔루슨트 사장 chi.yoo@alcatel-luce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