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게임배급사 텐센트가 깐깐해졌다. 한국 게임개발사가 텐센트 테스트를 통과하는 게 ‘바늘구멍’에 비유될 정도다. 중국 최대 게임배급사가 ‘슈퍼갑’으로 떠오른 것은 한국 게임 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깐깐해진 텐센트…잔존율 70% ‘넘사벽’
텐센트는 게임을 계약해서 서비스할 때까지 총 6단계를 거친다. 계약 전 내부 테스트를 거쳐 계약여부를 결정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총 7단계 허들을 넘어야 텐센트가 가진 막대한 이용자 풀을 대상으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
출시가 마지막이 아니다. 검증단계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겨 지원범위를 결정한다. 이렇게 고된 과정을 거쳐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텐센트는 게임 계약 후 검증 단계에서 ‘잔존율’을 주요 기준으로 제시한다. 기간마다 게임에 남아있는 이용자 비율로 게임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게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모바일게임은 비공개테스트(CBT) 시작 일주일을 기점으로 약 25% 잔존율을 넘어야 서비스가 가능하다.
텐센트와 계약을 맺은 한 게임사 관계자는 “테스트 시작 1일째 잔존율 50% 3일차에 30% 일주일째는 적어도 25%를 넘겨야 한다”며 “이 수치를 맞추지 못하면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게임은 CBT 시작 한 달을 기준으로 기존에 접속했던 이용자 중 70% 정도가 재접속해야 내부 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이후 기술테스트(1차)를 거쳐, 알파테스트(2차), 2차 알파테스트(3차), CBT(4차), 프리오픈베타테스트(5차), 오픈(6차)을 거친다.
통상 CBT(4차) 때 잔존율, 구매율 등을 검증해 마케팅 등급을 매기는데 보통 등급인 ‘4성’ 등급을 받으면 공동 마케팅팀을 이용하는 등 내부 지원이 크게 줄어든다.
‘5성’부터 전담팀을 구성한다. 최고 등급인 ‘6성’은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같은 텐센트 내 인기게임과 강력한 크로스마케팅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성적 따라 수시로 지원범위 가변
2015년 현재 한국게임으로 텐센트 내 최고등급을 받은 게임은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앤소울’ ‘세븐나이츠’ 정도로 알려졌다. 모두 각 분야에서 대작으로 평가받는 게임들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한국게임은 어지간한 대작이 아니면 5성, 4성 등급에 위치한다”며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서비스되더라도 성공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등급이 계속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오픈 이후 서비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강등’도 가능하다.
지난해 텐센트를 통해 진출한 국산 기대작 중 일부도 성적이 시원치 않자 조정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이 모든 과정을 개발사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텐센트와 협력한 한 게임사 대표는 “워낙 수치가 명확하게 나오기 때문에 반박하기가 어렵다”며 “개발사 입장에서는 테스트 단계부터 텐센트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오픈 때보다 더 강한 개발을 진행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텐센트의 이 같은 검수과정은 자국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2~3년간 급격한 발전을 이룬 중국의 게임개발 경쟁력이 텐센트 등 유력 퍼블리셔가 검증을 강화한 것에 영향을 받았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최근에는 네시삼십삼분, 넷마블게임즈 등 국내 유력 모바일게임 퍼블리셔들도 이 같은 텐센트 모델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텐센트가 투자한 회사라고 해서 별도 트랙을 밟지 않는다”며 “남들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게임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텐센트도 중국 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소싱부터 출시까지 검수 과정을 철저하게 시스템화한 것”이라며 “중국 게임업계가 단기간에 한국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쌓은 것은 거대 시장 외에도 이 같은 자구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