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소금쟁이의 발이나 연꽃잎에 존재하는 나노돌기를 유리에 적용해 물이 안 묻고, 김서림이 없는 기능성 유리를 제작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계산과학연구센터 문명운 박사팀은 유리에 나노돌기 형상을 쉽게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안경이나 자동차용 백미러 등에 적용해 김서림 방지와 초발수 특성을 구현했다고 19일 밝혔다.

자연에 존재하는 연꽃잎이나 소금쟁이의 발, 사막에서 물을 포집해 수분을 섭취하는 나미브 비틀, 어두운 밤에 적은 빛으로 사물을 구별하는 나방 눈의 공통점은 표면에 나노돌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노돌기 표면을 활용하면 김이 서리지 않는 안경이나 물이 묻지 않는 렌즈 등 기능성 유리를 만들 수 있다. 또 강한 안개나 어두운 곳에서도 앞이 잘 보이는 자동차 유리도 제작할 수 있다.
그동안 나노돌기를 유리 표면에 제작하는 연구가 많았지만, 공정이 복잡하거나 내구성이 낮고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유리 위에 투명한 이산화실리콘막을 미리 코팅해 플라즈마로 표면을 부식시키는 공정 중에 투명막 위에 나노점들이 자가 배열되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배열된 점들이 기존 표면과의 부식속도 차이를 유발해 유리 표면에 나노구조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이 방법은 기존 마이크로 금속입자를 이용하는 유리 패턴 제작 방법 대비 공정 과정을 몇 단계 줄이고, 금속입자를 유해한 강산용액으로 제거하는 후처리 공정 대신 친환경 수처리 공정만으로 가능하게 했다. 이렇게 제조한 나노돌기들은 유리위에 첨가된 것이 아닌 유리 자체의 구조이므로 내구성이 뛰어나 오랫동안 기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문명운 박사는 “내구성이 높은 기능성 유리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며 “기능성 유리제품 수요가 많은 만큼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나노돌기 제작 공정은 평면뿐 아니라 곡면 유리나 렌즈에도 적용할 수 있어 비구면 렌즈나, 안경, 곡면TV, 모바일용 등 3차원 구조 유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