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열린 2015 세빗(CeBIT) 전시회는 중국이 유럽연합과 IT동맹을 강화한 게 눈에 띈다. 절대강자 미국에 맞서 제조업 분야 양대산맥인 중국과 독일이 한 배를 탔다.
EU와 중국은 디지털 경제를 통합해 3차 산업혁명 이후에 공동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공유키로 했다. 디지털화에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던 EU는 ‘디지털 유럽(Digital Europe)’ 계획을 내놓았다.
중국 기업들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화웨이는 데이터센터·통신장비 등을 모은 대형 부스를 마련해 업계 강자 IBM에 버금가는 관심을 받았다. 독일 대표 IT기업 SAP와 신규 IoT 솔루션, 인더스트리 4.0에 기술적으로 협력하는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알리바바 그룹 잭 마윈 회장이 직접 개막식 기조연설을 했고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Mi’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홈 솔루션 ‘Mi Home’을 발표했다.
이번 세빗의 대주제였던 ‘디!코노미(D!conomy)’도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디코노미는 디지털(Digital)이 기존의 경제(Economy)를 무너뜨리고 재창조한다는 개념으로,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과 EU의 ‘디지털 유럽’, 중국의 IT 실크로드 정책과 직결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4.0은 제조업에 IT를 더해 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내용이다. EU의 ‘디지털 유럽’과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유럽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EU의 디지털 시장을 단일화해 유럽을 가장 생산성 높은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광대역 통신망과 무료 와이파이(WiFi), 빅데이터 관리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열어 경영·관리, 에너지 자원, 물류 등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EU 소속 국가들의 디지털 법 체계와 정보망·정보사용료·지적재산권료 등의 통합 및 재정비 작업도 오는 5월부터 시작된다.
중국 또한 판아시아 지역에 IoT 플랫폼을 구축, 전 인류의 40%가량인 27억명을 단일 디지털 시장에 묶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상하이에서부터 아이리쉬 해안까지 유럽-아시아를 하이테크 벨트로 묶는 신 실크로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지 관계자는 “올해 세빗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지금까지의 동반국가 프로젝트 중 가장 강한 수준”이라며 “양 지역간 협업이 공고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준 계기”라고 풀이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브라질과 더불어 2016년 하노버 전자통신박람회(CeBIT) ‘동반국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2015 세빗(CeBIT)에서는 중국이 동반국가로 맹활약하면서 유럽연합과 굳건한 동맹을 구축했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직접 이번 세빗을 방문해 현지 KOTRA 무역관 등과 접촉했다. 현지 관계자는 “세빗 측에서 한국에 내년도 동반국가 참가 여부를 제안했다”며 “최소 100억원가량의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만큼 정부에서 세빗 위상 등 여러 부분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노버(독일)=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